[한반도포커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도 외교
미·중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돼 세계가 미국·서방 및 민주국가 대 중국·러시아 및 권위주의 국가 간 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인구국 등극을 앞둔 인도의 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냉전시대에 비동맹 중립외교의 맹주 역할을 했던 인도가 미국과 중·러 사이에서 이익 기반 다자 연계외교(multi-alignment)로의 전략적 전환을 모색하면서 국제정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신냉전 구도 전개 속에서 인도가 양 진영으로부터 배척받기보다는 구애를 받으면서 자기 의견을 당당히 말하고 실리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크라이나전에서 어느 편이냐”는 질문에는 “평화와 협상 편”이고, “양 진영 간 어느 편이냐”고 물으면 “인도 편”이라고 답한다.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러시아로부터 원유 수입을 늘려 국내 경제를 안정시키며 일부는 원산지 세탁 후 수출해 큰 이득을 남긴다. 비판을 받으면, “인도가 세계에서 3번째 석유·가스 소비국이지만 소득 수준은 높지 않다”고 답하고 그 덕에 국제 유가가 안정되고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에 유리한 정책이라고 비판받지만, 러시아의 숨통을 터주어 핵 사용 등 극단적 행동을 막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미국과 서방은 애가 타지만 인도의 지정학적 위상이 크므로 인내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9월 중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전쟁 종료를 권고하기도 했다. 미국 주도의 쿼드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인태지역 질서 및 공급망 재편 노력에 참여하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쿼드가 반러 성향을 갖지 않도록 세 나라를 견제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왜 그렇게 많은 무기를 구입하냐”고 따지면 “국가안보가 우선”이라고 반박한다. “왜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냐”고 물으면 “중·러 밀착 견제 효과가 있다”고 답한다.
경제적으로도 실리 추구가 우선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에 참여하려다가 막판에 국내 산업 보호를 이유로 탈퇴했다. 기존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IPEF엔 참여했지만 9월 초 장관회의에서 4개 부문 중 무역 부문은 옵서버로 지켜보다 마지막에 가입을 결정하겠다고 유보했다.
인도가 중국과 60년간 영토 분규를 치러왔고 쿼드 회원이므로 중국과 숙적이라는 점은 인도 외교의 일부다. 인도의 주적은 미국과 중국의 지원을 받는 파키스탄이므로 중국이 인도의 경쟁자이기는 하지만 협력자이기도 하다. 미국과 비슷한 규모의 무역을 하고 있고 정치·외교적으로도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공동회원국이며 러시아와 함께 3자 고위급 회담도 빈번히 가진다.
이처럼 신냉전시대 국제질서의 균형자나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인도는 양 진영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준동맹국으로 대우하면서 고성능 무기를 최대 무기 수입국인 중국보다 인도에 먼저 판매하고, 에너지는 물론이고 원자력과 우주 협력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교역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200만명 이상의 인도계 주민을 갖고 있는 영국도 2023년을 목표로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모색 중이고, 프랑스는 라팔 전투기 등 방산 수출을 증진하면서 인도-유럽연합(EU) FTA를 추진 중이며, 일본과 싱가포르도 투자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2024년 총선을 겨냥해 인도의 역내 위상 강화와 글로벌 강국 위상 확보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한국도 국제사회에서 자유, 평화, 공동번영을 향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면서 실질적인 국익 증진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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