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주의 시선] 트위터ㆍ푸르밀의 잔인한 해고 칼바람
달갑지 않은 e메일 하나가 왔다. 트위터코리아 홍보팀이 해체됐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총 440억 달러(당시 환산 약 63조원)에 트위터 인수를 완료한 일론 머스크의 해고 칼춤이 한국법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전체 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3700여명에게 해고 통보를 했는데 한국법인 역시 절반 가까운 인원이 직장을 잃게 됐다.
e메일 한통으로 갑자기 해고 통보
미국 노동 관련 법규는 해고와 관련해 차별과 보복행위가 아니면 고용주의 필요에 의해 가능하게 하고 있어 머스크의 해고가 법적으로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역시 지난 9일 1만1000명이 넘는 직원들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에게 “이번 결정으로 피해를 본 이들에게 미안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고싶다”고 했다. 반면 머스크는 사과 없는 e메일 한 통으로 해고를 알리는 냉혈한 경영자의 모습을 취했다.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라며 스스로 공감 능력이 없다고 자인한 모습 그대로다.
그가 한국법인 직원들에게까지 일방적 해고 통보를 하면서 간과한 게 있다. 트위터코리아는 상법상 유한회사로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법 적용을 받고 있다. 근로기준법(제24조)은 정리해고하기 위한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회사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대상자 선정을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해야 하며,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노조, 혹은 노조가 없다면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 실시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 머스크가 한국의 이런 법규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고용노동부가 조사 중이니 곧 결과가 나올 것이다.
위기 공유 논의 없이 일방적
다행스럽게도 극한 상황까지 가지 않았지만 유제품 기업 푸르밀의 사업종료 선언도 머스크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사업종료와 함께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진행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했다. 직원 350여명과 협력업체 직원 50여명, 화물 배송 기사 100여명, 500여개의 대리점주, 그리고 24개 낙농가는 직장을 잃고 납품처를 잃을 판이었다. 이들의 강한 반발과 고용노동부의 중재로 사업종료가 아닌 직원 30% 구조조정 후 사업지속 및 매각 추진으로 방향을 틀었다.
푸르밀은 신준호 전 회장(60%)과 장녀 신경아 대선건설 대표(12.6%), 차남 신동환 대표(10%) 등 총수 일가가 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전 회장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으로, 2007년 롯데에서 분리 독립(당시 롯데우유)해 푸르밀을 경영했다. 지난 2018년 전문경영인을 배제하고 신동환 대표가 단독 경영을 맡은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 등 적자가 계속 늘었다. 경쟁 유제품 업체들이 건강기능식품, 커피 사업 등으로 경영 활로를 뚫은 데 반해 이렇다 할 신사업을 키우지 못했다.
사업 위축의 고통은 고스란히 임직원들이 떠안았다. 지난해부터 본사 부서장들은 30%씩 기본급을 삭감했고, 직원들은 근로시간을 1시간씩 단축해 임금을 반납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 일가는 매각을 추진했으나 잘 안 되자 아예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신 대표 일가는 왜 기업청산이나 폐업이 아닌 사업종료를 택한 것일까. 법인세 면제 혜택 등을 활용해 돈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푸르밀은 지난 4년간 영업적자를 보면서 100억원 넘는 법인세를 차감받을 수 있게 됐다. 법인을 청산할 경우 이 혜택이 사라진다. 푸르밀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 대표 일가는 회사 매각이 어렵게 되자 부동산 관련 사업을 시작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 본사 부지를 포함해 부산 해운대의 토지ㆍ건물, 전주ㆍ대구 공장 등 공시지가 472억원 수준의 부동산을 활용할 수 있다.
법적 고려와 공감 능력 없는 처신
문병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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