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중국식 현대화’가 뭔가
각국 현대화 공통 특징에 중국특색 덧붙인 것
‘현대화=서구화’ 아니라는 중국의 주장으로
서방과의 체제 대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려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집권 3기를 시작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앞으로 5년 동안 어떤 구호를 내세우며 중국을 이끌 건가. 10년 전인 2012년 11월 처음으로 당 총서기에 올랐을 때 시진핑은 ‘중국몽(中國夢)’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2017년 집권 2기를 맞아선 ‘신시대(新時代)’를 외쳤다. 이번 3기의 키워드는 뭔가. 시진핑이 지난달 16일 20차 당 대회 ‘보고’에서 강조한 ‘중국식 현대화’라는 데 이견이 없다.
앞으로 5년 중국과 함께 비즈니스든 뭐든 무슨 일을 도모하려면 중국식 현대화를 모르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식 현대화라는 말은 낯설다. 그러나 그 말이 등장한 건 꽤 오래전이다. 개혁개방 초기인 1979년 3월 덩샤오핑(鄧小平)이 당의 이론공작 회의 석상에서 중국식 현대화라는 말을 처음 썼다고 한다. 이후 사용이 뜸했는데 시진핑이 지난해부터 다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초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념해 세계 160여 국가의 500여 정당 대표를 베이징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은 중국식 현대화로 인류가 현대화의 길을 찾는데 있어 새로운 공헌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중요 행사 때마다 거론하다가 이번 당 대회 보고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미래 5년의 비전으로 제시하며 그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를 비교적 상세하게 밝혔다.
시진핑 주석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식 현대화는 각국 현대화의 공통된 특징에 중국의 국정(國情)에 맞는 중국특색 다섯 가지를 덧붙인 것이다. 그 다섯 가지는 1) 거대한 인구 규모의 현대화 2) 전체 인민 공동부유의 현대화 3)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상호 조화를 이루는 현대화 4)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현대화 5) 평화발전의 길을 걷는 현대화 등이다. 말은 중국 정치인의 언사가 대개 그렇듯이 모두 비단이다. 중요한 건 그 함의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이번 당 대회에서 “중국 공산당의 중심 임무는 중국식 현대화를 전면 추진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기의 비전인 ‘중국식 현대화’로 1기의 비전인 ‘중국몽’을 달성한다는 이야기이며, 그런 상태가 바로 2기의 비전인 ‘신시대’인 것이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건 중국식 현대화가 갖는 함의인데 이와 관련 중국 검색엔진인 바이두(百度)에서는 중국식 현대화가 대외적인 관계에서 갖는 함의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내놓고 있다.
중국식 현대화가 “발전을 촉진하면서도 자신의 독립성을 유지하길 바라는 국가와 민족에 완전히 새로운 선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미래에 중국은 서방의 현대화 모델과는 다른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현대화 발전 모델을 더 성숙하게 만들어 현대화로 나아가는 개발도상국들에 더 많은 중국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이야기다. 이제까지 ‘현대화=서구화’로 인식됐다. 한데 중국은 이제 현대화가 곧 서구화는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식 현대화로 현대화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세계에 공급하겠다는 주장이다.
간단히 말하면 미국 등 서구와 체제 경쟁을 벌이겠다는 이야기다. 이는 그저 중국이 나의 길을 갈 테니 서방은 나를 간섭하지 말라는 수세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앞으로 내 모델이 맞으니 내 모델을 전 세계에 퍼뜨리겠다는 공세적인 입장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작업에 나섰다. 지난 3일 중국을 찾은 사미아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에게 중국은 “중국식 현대화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현대화는 서구화의 동의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중국 푸젠(福建)성의 샤먼(厦門)대학교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중국식 현대화 연구원’ 현판식을 가졌다. 샤먼대학 측은 “중국식 현대화의 이론과 실천을 다각도로 연구해 그 의미와 가치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과거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밝히자 중국 대학 곳곳에 일대일로 연구원이 생겨났던 걸 연상시킨다. 무역전쟁에서 불붙은 미·중 갈등이 기술패권 경쟁을 넘어 앞으로 체제와 이념 경쟁으로 치닫는 미래 5년을 펼칠 전망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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