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책] 김영민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장자는 마침내 마음의 지옥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 아내가 죽자 장자는 슬퍼하기는커녕 통을 두드리며 노래한다. 애도는 하지 못할지언정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장자는 대꾸한다. 사람이 죽으면 태어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법이라고. 태어나기 전이나 죽은 뒤나 모두 삶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태어나기 이전 상태에 대해 슬퍼한 적이 있냐고. 태어나기 이전 상태에 대해 슬퍼한 적이 없는데, 왜 죽었다고 새삼 슬퍼하느냐고.
김영민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 매체의 칼럼으로 인기 높은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책이다. 그간 다양한 지면에 발표했던 글들을 ‘허무’란 주제로 묶었다. “영혼이 있는 한 허무는 아무리 씻어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인간이 영혼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듯이, 인간은 인생의 허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말하자면 허무와 더불어 사는 법에 대한 글인데 그림과 문학·고전 속에서 사유의 단서를 찾아낸다. 위의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이와 같은 장자의 위로에 공감하려면, 인생을 보다 큰 흐름의 일부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죽은 뒤의 상태뿐 아니라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까지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글쓰기도 허무와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의 하나다. 작가는 이윤주의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를 인용한다. “엄습하는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쓸 필요가 있다고. 쓰기 시작하면 불안으로 인해 달구어졌던 편도체는 식고,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고. 쓰는 행위를 위해서 우리는 진정될 수 있다고.”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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