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첨예한 현안'에도 마주 앉았다…"북 도발 강력 규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 프놈펜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약식회담을 한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3일 오후 기시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회의 시작에 앞서 기시다 총리는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과 한국 국민에 대한 애도를 표명했으며, 윤 대통령도 2명의 일본인 희생자에 대해 조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미·일의 공조를 중심으로 양국간 최대 현안인 과거사 문제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이 바람에 회담은 당초 예정했던 30분을 훌쩍 넘겨 45분간 이어졌다.
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하고 중대한 도발 행위로써 강력히 규탄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협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선 "양 정상은 양국 간 현안과 관련해 외교 당국 간에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평가하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최근 양국 인적교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환영하고, 양국 국민간 인적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선 "양 정상이 앞으로도 정상간 소통을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도 한·일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강제 징용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뉴욕에서 저와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외교당국 간 협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현안의 조속한 해결을 도모하는 것으로 재차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이 첨예한 현안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회담이 성사된 배경에 대해 외교가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의 공동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도발이 빈번해지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러한 안보 현안이 한·일 간 현안 해결에 앞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한 일종의 추동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이 그간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로 여겨온 과거사 문제 해결에 앞서 북한 위협에 먼저 대응하는데 공감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 직전까지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실은 끝까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일각에선 지난 9월 정상회담 개최를 놓고 벌어진 양국의 기싸움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9월 한·일 정상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간 30여분 만났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를 '약식 회담'으로, 일본 정부는 '간담'(懇談)이라고 각각 다르게 규정하는 등 양국의 수싸움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는 다른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국내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달초 일본에서 열린 관함식(觀艦式)에 해군 함정을 보냈고, 일본 정부는 자국 언론 등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진전된 태도를 시사하는 등 양국 모두 회담을 위한 사전조치 성격의 움직임을 취했다.
한·일은 다양한 수준에서 의사소통도 활발하게 진행해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월 뉴욕 유엔총회 당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갖고 국내 민관협의회에서 나온 강제징용 해법을 전달했다. 한·일 정상이 첫 만남에서 '외교당국 대화 가속화'에 공감대를 이룬 이후인 10월에는 국장급, 차관급 양자 협의가 열리기도 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북한에 대한 공조 강화와 함께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에 발표한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설명한 것과 관련해 일본도 일본이 내년 봄까지 새로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계획'을 발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양 정상은 포용적이고 복원력 있으며 안전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추구하기 위해 연대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프놈펜=현일훈 기자, 서울=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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