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폭주가 한미일 공조 불렀다…3국 정상 "핵실험시 단호한 대응"

강태화, 우수진 2022. 11. 1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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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ㆍ일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북한의 무차별적 무력 도발에 대응한 안보 협력과 공조를 재확인하고,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3 정상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미, 한·미·일, 한·일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 강화를 통해 강력한 대북 공조를 펼칠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50여분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이어진 한ㆍ미ㆍ일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북한의 도발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한ㆍ미ㆍ일 공조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루기 위한 강력한 보루”라고 규정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한층 더 적대적으로 공세적인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며 취임 이후 이어진 북한의 50여발 미사일 도발을 비롯해, 10월말부터 집중되고 있는 도발 상황을 먼저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 미사일)한발이 동쪽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의 관할 수역에 착탄했다”며 “이는 분단 후 처음 있는 일로 매우 심각한 도발”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이태원 참사로)국민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시기에 도발을 감행한 것은 ‘김정은 정권’의 반인도적이고 반인륜적인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북한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서울에서 발생한 비극에 대해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윤 대통령과 한국 국민을 먼저 위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과 일본은 우리의 중요한 동맹국으로, 북한의 미사일과 핵위협에 대해 오랫동안 3자 협력을 강화해왔다”며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을 계속하고 있어 3자 파트너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북핵 대응 외에)다른 과제에 대해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안보를 포함한 전영역에 걸친 협력을 확대할 뜻을 밝혔다. 구체적 대상으로는 공급망, 대만해협 문제,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 인도ㆍ태평양 정책 등을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은 대부분 중국을 직접 겨냥한 분야로 분류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를 표한 뒤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한ㆍ미ㆍ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고 의연하게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며 3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국 정상은 이날 회담 직후 북한의 위협과 글로벌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내용을 담은 포괄적 성격의 공동성명을 채택해 발표했다. 3국 정상이 포괄적 공동성명을 채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상들은 이날 채택한 ‘인도ㆍ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에서 “긴밀한 3국 연대를 공고히 해나가기로 했다”며 “대북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에 대해선 “안보리 결의에 따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재확인하며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체적 확장억제 방안과 관련해선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를 3국이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대한민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다”며 “핵을 포함해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으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밖에 '3국의 경제안보대화체' 신설,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한 연대, 한국의 인태전략에 대한 협력, 공급망 등 도전에 대한 협력 등 안보와 경제를 포괄하는 전분야에 걸친 협력 방안도 함께 성명에 포함됐다. 구체적 협의 채널로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적시됐다.

한·미·일 3국의 릴레이 방식 정상회담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3월 미국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6년 7개월만이다. 당시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중국ㆍ러시아를 포함한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역대 최고 수위’로 평가받았던 대북 제재 결의안(2270호)을 채택한 직후였다. 3국 정상이 7년 가까이만에 연쇄 회담에 합의할만큼 북한의 최근 도발과 7차 핵실험 가능성 등을 긴급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남궁영 한국외대 교수는 이날 회담과 관련 “미국은 북핵 대응 등 안보문제를 비롯해 인도ㆍ태평양 정책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정책의 핵심 국가로 한ㆍ일의 역할을 기대하며 유ㆍ무형의 관계 개선 압력을 취해왔다”며 “특히 일본 여론은 북한 도발에 오히려 한국보다 민감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도 과거사 등에 앞서 시급한 안보 대응을 위해 한ㆍ미ㆍ일 공조를 획기적으로 강화한다는 명분을 확보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3기 체제를 확정지은 뒤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연쇄 정상회담이 14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시 주석과 지금까지 다섯 차례 전화ㆍ화상 회담을 했지만 대면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선전을 거두며 리더십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고, 시 주석 역시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확고한 자신의 3기 체제를 완성했다. G2 정상이 그동안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한 상태에서 직접 대좌하게 된다는 의미다.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윤 대통령은 연쇄회담 직전 한국판 인도ㆍ태평양 전략의 비전을 공식 발표했는데, 이는 전 정부의 모호성 전략과 달리 미국 중심의 경제ㆍ안보 체제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인태전략의 핵심 국가인 한ㆍ미ㆍ일 정상이 전영역에서의 협력을 공식화하는 의미의 연쇄회담은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동압박의 의미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국제 이슈와 관련 한·미동맹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이전 정부 보다 더 분명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지난 11일 한ㆍ아세안 정상회에서 인태전략을 발표하면서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써왔던 표현인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도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자유로운 인도ㆍ태평양을 지향한다”며 “역내 자유, 인권, 법치와 같은 핵심 가치가 존중돼야 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자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장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대신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자리했다.

이날 3국 정상이 채택한 공동성명에도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 대항과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에 대한 규탄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문구가 그대로 담겼다.

한편 이날 한·미 정상회담에선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 이슈도 테이블에 올랐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플레감축법 협의 채널이 긴밀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지난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친서를 통해 인플레감축법 관련 미국 측의 진정성 있는 협의 의지를 확인해줬다"고 평가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전기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인플레감축법의 이행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순방에서 IRA나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한 당장의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한반도 문제를 계기로 한 한ㆍ미ㆍ일의 공동 대응 논의 자체가 이후 현안 논의의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며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미ㆍ중의 리더십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에 대북 제재에 미온적이던 중국의 태도 변화를 추동할 국제적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프놈펜=현일훈 기자, 서울=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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