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계장 사망에 "실무자만 턴다" 경찰 반발…특수본 난항

위문희, 최서인 2022. 11. 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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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입건된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이 숨지면서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움직임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엇갈리는 진술 ‘다리’ 될 주요 피의자 숨져


11일 오후 서울의 정 경감의 자택 앞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주변을 통제한 채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뉴스1

용산서의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은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의혹 수사를 위해 출범한 특수본이 초반부터 주목하던 사안이다. 해당 의혹은 지난달 26일 용산서 A 정보관이 핼러윈 기간 인파 운집에 따른 위험을 경고한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경찰 내부망에 등록했다가 지난 2일 특수본의 용산서 압수수색 직전 삭제한 것이 증거인멸 아니냐는 의심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경찰 특별감찰팀이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정보부장)이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까지 특수본에 의뢰하면서 관련 수사가 이태원 참사 현장 대응 관련 수사보다 먼저 윗선으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었다.

특수본은 문건 작성자에게 “보고서가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취지의 회유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정모 경감과 전 용산서 정보과장 김모 경정을 직권남용과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 10일 용산서 소속 정보관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그러나 ‘셀프 수사’ 의혹을 불식시킬 “효과적 고육책”(일선서 서장급 간부)으로 주목받던 정보보고 삭제 의혹 수사는 지난 11일 정 경감의 극단적 선택을 기점으로 급격히 수사의 계륵이 되어 가는 모양새다. 용산서 정보과장 등이 “삭제 지시는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고 실제 관련 규정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규정상 삭제가 원칙이라면 죄가 되기 어렵다”(형사 전문 변호사)는 의견이 적잖은 상황인 데다 “실무자에 책임 떠넘기기”라는 경찰 내부의 반발이 정 경감 사망을 계기로 크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특수본은 공식적으로는 정 경감의 사망이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정보계장 아래로는 삭제 의혹이 핵심이지만, 위로는 아래에서 보고가 됐는데도 묵살했는지가 핵심”이라며 “수사 방향이 바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특수본 수사가 실무자급에 치중돼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수사의 성질이 밑에서부터 올라가야 파악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회유·삭제가 묵살의 증거 될까… 관련 수사 계속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현판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찰청 마포청사 입구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특수본은 이번주부터 입건한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누가 첫 소환 대상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현재까지 특수본이 입건한 피의자는 전 용산서 정보계장 정모 경감과 정보과장 김모 경정을 비롯해 전 용산서장 이임재 총경, 사고 당일 서울경찰청 당직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해밀톤 호텔 대표 등 모두 7명이다.

피의자 소환을 앞두고 특수본은 12일엔 용산경찰서·용산구청·용산소방서 실무자를 소환해 현장조치 및 상황처리 과정을 조사하고 13일에는 용산구청과 서울교통공사 직원 등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직후 의혹 제기가 집중됐던 경찰 내부 인사가 첫 소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특수본은 현장 대응과 관련한 의혹의 당사자인 이임재 전 용산서장이나 류미진 총경 등을 앞세울지 정보보고 삭제 의혹 연루자들을 앞세울지를 두고 고심중이다. 특수본 내부의 또 다른 인사는 “아직 규정에 따른 정보보고 삭제를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며 “이 전 서장 등이 우선 소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13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 수사와 관련 ‘지지부진하다’‘하위직만 수사한다’ 등을 비롯한 다양한 의견을 겸허히 청취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다수의 기관이 수사 대상이고, 사고 원인 및 책임 규명을 위해서는 각 기관의 사전 계획 수립여부, 현장대응, 상황조치 및 보고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정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기초수사를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 수사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진상 규명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위문희·최서인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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