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내일 첫 대면…대만·북핵 놓고 레드라인 담판

신경진 2022. 11. 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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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월 17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시 조 바이든 미 부통령과 만났다. [신화통신=연합]

조 바이든(80)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69)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주요 2개국(G2) 정상으로서 두 사람의 대면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월 부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지금까지 5차례 화상 회담을 했다.

미·중 당국은 회담을 앞두고 공개 설전을 피하지 않았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자 브리핑에서 “행정부로서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대만에 브리핑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선공을 펼쳤다. 그러자 11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대만에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통보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간 세 개의 공동성명 규정을 엄중하게 위반한 것으로 성질이 매우 악랄하다”며 강력 반발했다.

중국은 이번 회담을 시 주석의 위상을 부각하는 계기로 홍보하고 있다. 국수주의 매체 환구시보는 12일 사설에서 “미 백악관이 지난 10일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발리 회담을 먼저 발표한 건 미국의 절박한 심정을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중 정상이 ‘앉아서 대화하는’ 자체가 긍정적 신호이며 현재 정세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18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화상회담을 가졌다. [신화통신=연합]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키워드가 레드라인 임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취재진에 “나는 충돌이 아닌 경쟁을 원한다”며 “각자의 레드라인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중국의 중요한 국익이라고 믿고 있는 것, 내가 미국의 중요한 국익이라고 여기는 것을 이해하는지 대화하고, 이것이 서로 충돌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이번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 정상이 각자 자기 얘기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 기자들에게 “그 어떤 근본적인 양보도 할 의향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단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 그(시진핑)와 78시간 이상을 보냈고 단둘이서만 67시간을 보냈다”며 과거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중국과 미국에서 1만7000마일(2만7359㎞)을 함께 여행한 적이 있다. 앞서 두 정상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퇴임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17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만난 적이 있다.

이번 회담에선 북핵도 핵심 이슈다. 설리번 보좌관은 11일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에도 시 주석과 북한에 대해 셀 수 없는 논의를 나눴다”며 “북한의 미사일 시험의 속도, 잠재적인 7차 핵실험 위협 때문에 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희망에 맞춰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당 대회 보고에서 시 주석은 미·중 관계를 다룬 대국 외교에서 5년 전과 달리 ‘협력’을 말하지 않았다. 북핵과 대만 등 현안에서 두 정상이 합의하는 대신 싸우되 판을 깨지 않는 투이불파(鬪而不破) 기조를 재확인할 전망이다.

시진핑 3기 외교팀 진용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이번 발리 주요 20개국(G20)은 시 주석의 집권 3기의 첫 해외 순방이다. 1·2기 대미 외교를 막후에서 지휘했던 양제츠(楊潔篪·72) 중앙외교위원회판공실 주임이 정치국원에서 물러났다. 대신 정치국에 진입한 왕이(王毅·69)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아직 공식 직함에 중앙외교위원회 판공실 주임 직함을 쓰지 않고 있다. 누가 회담에 배석할 지 주목된다.

회담 의전도 관심거리다. 시 주석은 당 대회 직후 첫 외빈으로 지난달 31일 응우옌푸쫑(阮富仲)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를 맞이했다. 두 정상은 서로 포옹하고 볼을 맞추는 사회주의식 의전을 보여줬다. 하지만 4일 서방 국가로서는 첫 외빈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는 정반대 의전을 펼쳤다. 인민대회당 회담장인 동대청에서 첫 만남과 기념 촬영 당시 시 주석은 “어이 안녕” 정도의 뉘앙스인 “아이 니 하오(欸 你好)”라는 인사만 건넸다. 악수도 없었다. 14일 바이든 대통령과 악수 여부나 인사말이 주목되는 이유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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