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의 뒷심, 상원 이겼다…하원도 의석수 차이 확 줄 듯

이승호 2022. 11. 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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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중간선거 유세현장에서 캐서린 코르테스 매스토 상원의원 후보(오른쪽)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가운데)와 연단에 올라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12일(현지시간)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로써 조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집권 민주당은 지난 8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당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AP통신과 CNN 방송, 에디슨 리서치 등은 네바다주에서 현직 의원인 캐서린 코르테스 매스토 민주당 후보가 애덤 랙설트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20분(미 동부시간 기준) 현재 98%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매스토 후보가 48.8%의 득표율로 랙설트 후보(48.1%)를 앞섰다. 이로써 최초의 히스패닉계 상원의원인 매스토 의원은 재선에 성공하게 됐다.

캐서린 코르테즈 매스토 미국 네바다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 AFP=연합뉴스

네바다주는 8일 오후 개표가 시작된 이후부터 엎치락뒤치락하며 후보 간 박빙 승부가 펼쳐졌다. 개표 초반엔 매스토 후보가 앞서갔지만, 9일부터 랙설트 후보가 역전한 뒤 12일까지 우위를 지키며 승리가 굳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밤 민주당 우세 지역인 클라크 카운티에서 집계한 2만2323표의 우편투표에서 매스토 후보에게 1만4084표가 쏟아지면서 승리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민주, 50석 확보로 상원 승리 확정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에 앞서 전날 또 다른 경합 지역인 애리조나주에서도 민주당 마크 켈리 상원의원이 공화당 블레이크 매스터스 후보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상원 의석수는 민주당 50석, 공화당이 49석을 차지하게 돼, 다음 달 열리는 조지아주 결선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확보하게 됐다. 상원 과반의석은 51석이지만, 의석수가 동률일 때 당연직 상원의장인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기 때문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승리가 확정적이자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당신의 상원 민주 다수당!”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당신의 상원 민주 다수당!”이라는 글을 올린 데 이어 기자회견에서 “낙태금지, 사회보장제도 삭감, 극단적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슬로건)를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에 머무는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네바다주 승리 소식에 대해 “더 강해져서 (미·중 정상회담에) 가게 됐다”며 “숫자가 더 많을수록 더 좋다.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51석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머물고 있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부처 장관, 대법원 및 연방 판사 임명 등에 있어 상원의 ‘인준 거부’라는 정치적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해 상원에서 확실한 다수당이 된다면 단순 과반수로 처리할 수 있는 일부 법안 통과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된다”고 전했다.


"공화당, 하원 다수당 돼도 격차는 2~3석 전망"


미국 네바다주 개표 요원이 12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의 클라크 카운티 투표 사무소에서 우편 투표 용지를 검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됐던 하원에서도 개표가 막바지로 다가갈수록 의외로 팽팽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CNN·AP통신 등에 따르면 12일 오후 11시 40분 기준 하원에서 민주당은 204석, 공화당은 211석을 확정지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 언론들은 공화당이 하원 과반인 218석 이상을 얻을 것이란 예측을 유지했으나, 민주당과의 의석 수 차이는 2~3석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선거 전까지만 해도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20~30석 많은 의석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매우 크게 줄었다. 이 정도 격차라면 당내에서 소수의 이탈표만 생겨도 다수당 지위를 누리기 힘들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하원 장악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진보 성향의 MSNBC 방송은 총 435석의 하원 의석을 공화당이 219석, 민주당이 216석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나 표준 편차가 ±4라며 “민주당도 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아직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것은 흑인, 여성, 히스패닉 등 민주당의 전통적 ‘집토끼’들이 이탈하지 않았던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反) 트럼프 정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레드 웨이브가 몰아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이번 중간선거의 부진 이유가 친(親)트럼프 성향 후보들의 등장에서 찾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민주당 후보들을 충분히 누를 수 있는 다른 공화당 후보들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후보가 선거에 나가 실패한 지역이 상당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공화당에 하원을 넘겨줄 경우 바이든 정부의 입법 리더십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공화당 지도부는 하원 다수당이 될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포함된 국세청 증원 예산 취소와 국경장벽 예산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NYT는 “공화당이 정부 셧다운 등을 지렛대로 민주당과 바이든 정부의 양보를 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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