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개 품목 중 106개 올랐다…계속되는 ‘서비스플레이션’
#서울 서초구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모(57)씨는 최근 드라이클리닝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셔츠 1장에 3000원을 받던 걸 4000원으로 올리는 식이다. 이씨는 “세탁은 인건비만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용세제나 옷걸이 등 원재료 가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밥값 등 안 오르는 게 없다 보니 거의 5년 만에 가격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10개 중 9개 이상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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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외식메뉴, 일제히 10% 이상↑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7%였는데 개인서비스 물가는 같은 기간 6.4% 올랐다. 전체 평균 물가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는 의미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9월에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4%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째 6%를 밑도는 등 정점을 통과했다는 분석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지만,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하락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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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發 물가 체감 커…미국도 그렇다
외식을 제외한 서비스 가격도 꾸준한 오름세다. 특히 소상공인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세탁‧목욕 등의 요금 인상률이 일제히 10%를 넘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지난달 세탁료가 11%, 목욕비는 10.6%, 이발비는 5.8% 상승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 밀접한 일종의 필수서비스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물가 체감도는 클 수밖에 없다. 서비스 품목 중 가격상승률이 가장 높은 건 국내단체여행비(26.0%)였다. 거리두기 해제로 여행 수요가 폭증해서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진 가공식품 가격 상승이 누적된 영향도 크다. 여기에 일자리 미스매치로 인한 구인난까지 겹치면서 인건비가 상승한 것도 가격 인상을 불렀다. 서비스 가격은 한번 오르면 다시 내려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어, 고물가 장기화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다.
미국도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7% 상승하면서 8개월 만에 7%대로 내려왔는데 서비스 물가는 크게 꺾이지 않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로 봤을 때 에너지를 제외하곤 외식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교통서비스가 뒤를 이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자재‧유가에서 시작한 연쇄적 물가 상승 영향을 가장 마지막에 받는 건 개인서비스 요금”이라며 “연쇄적인 인플레이션이 서비스로 전이돼 장기화하거나 추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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