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쇼크…송파 '헬리오시티' 15억→8억대 반토막 났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가파르게 쌓이고 있다. 매매 시장과 마찬가지로 전세 시장에서도 가격을 시세보다 크게 내린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송파구, 서초구 등 강남3구에서 전셋값이 반토막 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13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5만91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 4만4469건보다 14.4% 증가한 수치이며, 2020년 4월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정부가 2020년 8월 허위 매물에 대해 과태료 부과를 시행해 매물 수가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수가 역대 최대치로 볼 수 있다. 실제 2년 전인 2020년 11월 13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수는 1만2669건으로 지금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7% 선까지 치솟았고, 이로 인한 월세 선호 경향이 강해지면서 전세 시장에서도 거래절벽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전세 시장에선 수요 부족 상황이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73으로 전주(75.2) 대비 2.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9년 4월 넷째 주(72.9) 이후 3년 7개월여 만에 가장 낮다.
또 서울 아파트값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매매를 포기한 일부 집주인들이 매물을 전세로 돌리면서 전세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전세 시장에서도 가격을 시세보다 크게 내린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48% 하락하며 부동산원 시세 조사 이래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송파구, 서초구 등 강남3구에서도 이런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의 경우 지난 3월 15억8000만원까지 올랐던 전셋값이 최근 호가 기준 8억 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전용 84㎡를 소유한 한 집주인은 2020년 12월 13억원에 전세 계약을 했지만 2년 뒤인 지난 11일 2억원 내린 11억원에 새 전세 계약을 맺기도 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도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14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올해 6월만 해도 해당 면적 전세 최고가는 22억원에 달했다. 5개월 새 가격이 36%(8억원)가량 빠진 것이다. 인근 래미안퍼스트지, 반포리체, 반포써밋 등도 올해 최고가보다 7억~8억원 내린 가격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특히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반포르엘의 경우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전용 84㎡의 전세 호가가 12억 원대까지 떨어졌다. 같은 크기의 아파트 매매 호가가 35억원 정도에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전세가율이 40% 밑으로 형성된 것이다. 반포동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사정상 입주 대신 전세를 내줘야 하는 집주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높은 전셋값을 지렛대 삼아 갭 투자(거주 목적이 아닌 전·월세를 끼고 매매)한 집주인들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거래절벽에 집값마저 내려가면서 집을 팔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셋값이 내리면서 세입자에게 오히려 보증금의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당분간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전세 수요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전셋값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난이 투매 등으로 이어져 집값 폭락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가 최근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전세퇴거자금 대출을 허용하고,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 생활안정자금도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한도 내에서 허용하기로 하면서 일단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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