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북 핵실험 시 단호히 대응해 달라”…러 외교 앞에선 “국제법 위반”
윤석열 대통령은 13일(이하 현지시간)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재차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 3일째인 이날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17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평화로운 인도ㆍ태평양(이하 인ㆍ태)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으며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담대한 구상’에 따라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운을 띄우고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곽을 드러낸 ‘담대한 구상’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로드맵이다.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에 나선다면 단계별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등 6개 분야에 걸쳐 파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경축사 나흘 뒤 북한은 “어리석음의 극치”(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부장)라며 비난했지만,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호응 속에 외교 무대에서 이를 강조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참석한 EAS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ㆍ일본ㆍ중국ㆍ호주ㆍ뉴질랜드ㆍ인도ㆍ미국ㆍ러시아가 참가하는 전략적 협의체로, 2005년 출범한 뒤 매년 정상회의를 열고 안보 현안을 논의해왔다. 이번 회의에는 윤 대통령 외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아세안 회원인 8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각국 정상(급) 앞에서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재차 밝혔다. 이 또한 취임 후 첫 다자 정상회의였던 6월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해 처음 언급한 뒤 다자회의 때마다 강조해온 문구로, 윤 대통령은 “한국의 인ㆍ태 전략은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자유로운 인ㆍ태를 지향한다. 역내 자유ㆍ인권ㆍ법치와 같은 핵심 가치가 존중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외교부 장관이 참석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자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 보존 및 정치적 독립이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 방침도 재확인했다. 지난해 2월 군사 쿠데타로 군정이 시작되고, 극심한 혼란을 겪는 중인 미얀마에 대해 윤 대통령은 깊은 우려를 표하며 “미얀마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다시 꽃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영유권 갈등이 악화하고 있는 남중국해와 관련해 이슈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국제법 원칙에 기초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이 철저하게 준수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남중국해는 규칙 기반의 해양 질서를 수호하는 평화와 번영의 바다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 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EAS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대통령실은 “우리의 독자적인 인ㆍ태 전략을 바탕으로 주요 지역 및 국제적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며 “자유, 평화, 번영의 인ㆍ태 지역 구현을 위해 건설적이고 적극적으로 기여해 나가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분명하게 각인시켰다”고 자평했다.
프놈펜=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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