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있네' 두 수석 퇴장 후…몸 낮추던 친윤계 일어선 이유
국민의힘에서 한때 숨죽이고 있던 친윤계 의원들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엄호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이태원 참사 직후 당내에서 “친윤계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말을 아끼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친윤계가 똘똘 뭉친 계기는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장에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이 퇴장당하면서부터다. 두 수석이 국감 도중 ‘웃기고 있네’라는 내용의 필담을 주고받은 것 때문에 운영위원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두 사람을 퇴장 조치하자 친윤계를 중심으로 “너무하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의원들이 부글부글하더라”고 주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도 같은 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두 수석을 왜 퇴장시키나”라며 “여당이 윤 정부 뒷받침도 못 하고, 이상민 장관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동남아 순방에서 MBC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지 않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친윤계 배현진 의원이 나서서 대통령실을 엄호했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 의원은 10일 “(MBC는) 자산이 많은 부자 회사이니 자사 취재진이 편안하게 민항기를 통해 순방을 다녀오도록 잘 지원할 거라 믿는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당초 여당 내에서는 전용기 배제 방침에 대해 “갑자기 (순방 이틀 전) 발표하는 것은 모양새가 좀 빠진다”(하태경 의원) 등 부정적 여론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배 의원이 총대를 멘 뒤에는 “부정여론이 상당 부분 가라앉았다”(당 관계자)는 반응이 나왔다.
주말 새 친윤계 중진 의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때린 것을 두고도 당내에서는 “내부가 아닌 외부를 조준하라는 시그널로 읽힌다”(비례 초선 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페이스북에서 아태평화교류협회와 쌍방울의 대북 송금 의혹을 겨냥해 “유엔 제재까지 무시한 이재명의 대북 송금 스캔들”이라고 비판했고, 김기현 의원은 “이 대표의 남탓 행보가 갈수록 위선적이고 가식적”이라고 비난했다. 권성동 의원도 12일 “이 대표가 요즘 애도를 연기하고 있는데 위선이고 패륜”이라고 공격했다.
친윤계가 일제히 일어선 것은 이태원 참사로 윤 정부에 대한 부정 여론이 확산하는 것을 더는 뒷짐 지고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친윤 성향의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이상민 장관 사퇴론에 정부 책임론까지 불거졌는데 당이 단합하질 못하자 ‘친윤계가 중심을 잡아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내부 총질’에 대한 친윤계의 반감이 폭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PK 지역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풍전등화인 상황에서도 원팀이 돼 공세를 펴고 있지 않나”라며 “왜 여당은 위기 때마다 같은 편 때리기에 몰두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이런 친윤계의 목소리는 향후 당협 재정비, 전당대회와 맞물려 더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차기 당 대표의 조건 중 하나로 ‘친윤’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당에서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권성동 의원이 9일 “누가 대표가 되든 대통령의 영향력과 비교하면 1000분의 1밖에 안 된다”며 “윤 정부가 성공하도록 뒷받침하는 게 당도 살고 총선도 승리하는 길”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여당에서 친윤계와 결을 달리하는 목소리가 사라진 건 아니다. 비주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11일 라디오에서 두 수석의 국감장 퇴장에 대해 “적절하다고 본다”고 했고, 이 장관이 사태 수습 후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연일 윤 대통령을 향해 날 선 메시지를 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향후 전당대회 세 대결을 기점으로 친윤과 비윤의 갈등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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