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에 핵 재배치도 검토?…美, 군사력 언급하며 中에 북핵 압박

이철재, 박현영 2022. 11. 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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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이하 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문제 해결에 중국이 동참할 것을 압박하기로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1일 이집트에서 캄보디아로 가는 에어포스원(미 대통령 전용기) 기내 브리핑에서 이같이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분명히 시 주석에게 ‘북한이 미국뿐만 아니라 한ㆍ일 등 지역(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라는 관점을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그 길을 계속 간다면 역내에서 미국의 군사ㆍ안보적 현시(military and security presence)를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의 최악 행동(도발)을 그만두려 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게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라고도 했다.

지난 2017년 1월 17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시 조 바이든 미 부통령과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시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연다. 신화사=연합


원문에서 ‘military presence’는 보통 ‘군대 주둔’으로 번역한다. 여기에 ‘security’가 더해지면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ㆍ안보 영향력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는 현시(顯示)로 해석할 수 있다. 한마디로 중국이 잇따라 핵ㆍ미사일 도발을 거는 북한을 제지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군사력을 증강할 것이라는 압박성 메시지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한국(2만 85000명)과 일본(5만 5000명), 괌에 군대를 두고 있다. 이들 전력은 한반도는 물론 유사시 중국의 이익이 걸린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로도 투입될 수 있다. 중국이 역내 미군 전력의 동향에 주목하는 이유다.

설리번 보좌관은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불법 행위를 추궁(demandeur)하는 관점에서 북한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방조ㆍ묵인했다고 비난하거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중국이 스스로 북한 억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시 주석과 다섯 차례 전화·화상 회담을 했지만, 대면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미가 큰 바이든ㆍ시진핑 첫 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군사력 증강’이란 패를 중국에 노골적으로 내보였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과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를 막으려면 중국이 북한을 움직여야만 한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다.

지난 9월 29일 미국 해군의 대표적 전략자산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동해에서 한국 해군과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미국은 중국을 군사적으로 밀어붙여 북한에 관여하게 만든 전례가 있다.

북한이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11월 고농축 우라늄 농축 시인ㆍ연평도 포격 등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을 점점 더 높게 끌어올리자 그해 12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확실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미국)도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2011년 1월 18일 미ㆍ중 정상회담 비공식 만찬에선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후 당시 주석에게 “중국의 도움이 없다면 미국은 동북아시아에 병력을 재배치하고, 방위 태세를 전환하고, 군사 훈련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후 북한은 한동안 잠잠했다.

지난 5일 미국 공군의 전략자산인 B-1B 2대가 한ㆍ미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한반도 상공에서 날고 있다. 합참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역내에서 ‘군사ㆍ안보적 현시’를 강화할 수 있을까. 설리번 보좌관은 방식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을 증원할지는 불투명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히 지상군은 해외에 보내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뒤 미국이 유럽에 2만명을 추가로 파병했다”며 “미 해ㆍ공군의 폭격기ㆍ항모ㆍ핵잠 등 전략자산의 역내 전개 빈도와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ㆍ미가 지난 3일 제54차 한ㆍ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반도와 주변에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 수준으로 더 자주 전개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런 맥락의 하나로 보인다.

최근엔 미국이 호주에 B-52 전략폭격기를 배치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관영매체를 통해 이를 맹비난할 정도 중국은 미국의 역내 전략자산 전개에 민감해하고 있다.

또 역내 핵을 재배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익명을 요구하는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2020년 동아시아에서의 폭격기 운영 방침을 정기적으로 순환배치하는 폭격기 연속 주둔(CBP)에서 짧은 주기로 자주 이동하는 동적 전력 전개(DEF)로 바꾸면서 괌에서 핵탄두를 빼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스텔스 전투기인 F-35가 B61 전술 핵폭탄을 투하하는 시험을 하고 있다. 이 폭탄은 핵탄두가 없는 모의 폭탄이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며, 한ㆍ미에 핵우산을 보장하기 위해 핵탄두를 괌에 다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미 국방부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에서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는 물론 자체 핵무장 여론이 나오고 있고, 지난달 4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영공 위로 날아간 뒤 일본에서도 미국의 확장억제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ㆍ일 모두 미국에게 핵우산의 담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핵탄두 재배치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괌은 미국 영토이면서 해ㆍ공군 핵심 기지가 있다. 2020년 철수한 핵탄두를 괌에다 다시 가져다 두면 중국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괌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도 그리 멀지 않고(4000㎞), 대만과 남중국해과는 가깝기 때문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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