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폼나게" 발언 野에 불 질렀다…박찬대 "엉뚱한 헛소리"
‘이태원 핼러윈 참사’ 책임론과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나도 폼나게 사표 내고 싶지 않겠냐”고 한 발언(중앙일보 12일 보도)이 야당에 불을 확 질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얼마나 가볍게 보는지 확연하게 드러난 발언”이라며 “이 장관의 그간 행태를 통해 참사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젠 놀랍지도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친이재명계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날 통화에서 “책임을 느낀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사표를 내면 될 것 아니냐”며 “국민들은 이 장관 발언에 대해 ‘엉뚱한 헛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원한 지도부 인사도 “이 장관 등 고위직이 하위직에 책임을 미루는 사이 공무원 두 분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느냐”라며 “이 장관 발언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외곽에서도 이 장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장관이 경찰의 총지휘자가 되었으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석고대죄해도 시원찮은 판국”이라며 “‘폼나게’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입 다물고 조용히 기다려라”고 적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파면으로 혼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장관 발언에 직접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그는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 관련 공직자 두 분이 숨을 거두는 안타까운 비극이 발생했다”며 “정부는 현장 대응인력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을 시급히 명문화하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 측근 인사는 “이 대표가 이 장관 발언에 대해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다만 당 대표로서 신중히 발언하기 위해 말을 삼가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장관 발언에 대한 논란이 생기자 민주당은 이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추진하기 위한 동력으로 연결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국정조사에 대한 요구는 원래 민주당 지지층이 많았는데, 이 장관 발언에 대한 파장으로 중도층이 호응하기 시작했다”며 “하위직 공무원이 갑자기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국민들도 ‘뭔가 의아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어 국정조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주당은 여론전을 위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및 특검 추진을 위한 서명운동’을 지난 11일부터 벌이고 있다. 12일 서울시당과 경기도당이 대대적인 국민서명운동본부 발대식을 연 데 이어 15일까지 13개 시·도당에서 추가로 발대식을 연다. 24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 전까지 1000만명을 목표로 서명을 받아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당 동의 없이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을 추진하도록 설득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계획이다. 13일 오후 3시까지 민주당은 23만686명(온라인 기준)에게 서명을 받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이 국정조사 참여를 거부하고 있지만, 서명을 통해 국민 여론이 확인되면 김 의장도 여당을 제외한 채 특위를 구성하자고 할 것”이라며 “만약 여당이 특위 명단을 제출하지 않더라도 특위 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4조의 ‘조사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교섭단체의 의원은 제외할 수 있다’는 조항을 통해 여당을 배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조사대상에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과 이태원 참사의 역학 관계 ▶경찰·소방의 지시·보고 엇박자 여부 ▶윤석열 대통령 등 고위직 대응 미숙 의혹 등을 포함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국정조사는 강제수사권이 없지만, 증인을 청문회에 불러세워 따져 물을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 특검 추진에도 동력이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민주당 바람대로 구성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기대만큼 국정조사에 동의하는 여론이 큰지 알 수 없는 데다가, 김 의장이 여당 반대를 묵살하고 밀어붙일 것이란 보장도 없다.
특히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가 이재명 대표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한 ‘방패막이용’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169석 의석으로 당장 김 의장을 압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도 장외투쟁에 더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가리기 위한 것으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오히려 막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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