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없는 3일, 오만가지 생각이 스치다

이숙자 2022. 11. 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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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 기자]

 고장 난 휴대폰
ⓒ 이숙자
                     
며칠간 휴대폰 없이 생활했다.

점심 후 휴대폰을 가지고 소파에 앉아 터치를 해 보려는데 말을 듣지 않았다. 웬일인가 싶어 조금 더 충전한 뒤 실행하려 해도 화면이 안 움직였다. 답답한 마음에 동네에 있는 휴대폰 매장을 찾아가서 물어보아도 자기들도 잘 모르겠다고 서비스 센터에 가보라고 한다. 

남편과 함께 간 서비스센터 직원은 메모리가 다 깨져 폰을 이제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새 폰을 사서도 고장 난 폰에 있는 많은 정보와 전화번호를 옮길 수가 없다니.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그곳에 중요한 여러 가지 사적인 일들을 다 메모해 두었는데 어찌해야 하나. 머리가 새하얘졌다. 

잠잘 때를 빼고는 폰을 곁에서 떼어 놓은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폰이 사라지니 뭔가 정서적으로 안정이 안 되고 마음이 헛헛했다. 

내가 쓰던 폰은 같이 지낸 지 5년이 넘는다. 마치 오랜 친구 같은 존재다. 내가 가는 곳마다 필요한 사진을 찍고 계절의 변화를 함께했다. 폰은 나를 세상과 연결해 주며 일상의 희로애락을 같이 해왔다. 곁에 있을 때는 몰랐다. 폰이 고장이 나서 쓸 수가 없으니 아쉬움과 불편함이 컸다. 

세상 모든 사물은 때가 되면 이별을 하고 헤어져야 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많은 시간을 같이 해온 물건이라서 이상하리 만치 허전하고 섭섭하다. 

저녁에 시 낭송회에 갔는데도 온통 폰 생각에 다른 곳에 신경이 쓰이질 않는다. 지인들 전화번호는 어떻게 하지? 그럴 줄 알았으면 다른 곳에 좀 옮겨 놓을 걸. 세심하지 못한 내 처신에 후회가 밀려왔다. 옛날에는 전화번호를 다 외우고 다녔는데 지금은 남편 전화 말고는 딸들 전화번호조차 외우지 못한다. 참 난감하다.

계속 그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언가 번뜩 떠올랐다.

맞다! 컴퓨터에 카카오톡 메신저가 있다.

집으로 돌아와 세수만 하고 컴퓨터를 켠 뒤 카톡을 실행했다. 다행히 폰에 저장된 사람들과 카톡이 연결됐다.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사정을 설명하고 전화번호를 다시 알려달라 했다. 그날 밤 9시 30분까지 50명 정도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막내딸에게 전화해 사정을 이야기를 하고 해결을 부탁했다. 막내딸이 알아서 폰을 구매해 보내준다고 했다. 12일 새로운 친구인 폰을 받았다.

이런 사정으로 사흘간 폰 없이 지냈다. 예전에는 폰 없이도 잘 살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세상의 변화를 따르고 살 수 밖에 없는 게 우리네 삶이다. 나는 또 딸이 보내 준 새 폰에 적응하며 한 시절을 살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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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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