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뛰어난 이건희컬렉션, 스미스소니언에서 전시하고파"
체이스 F 로빈슨 관장 인터뷰
"한국문화의 매력 더 알려져야"
'이건희컬렉션'은 굉장히 뛰어난 수집품이다. 이건희컬렉션의 스미스소니언 전시를 지금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The Smithsonian's National Museum of Asian Art, 이하 NMAA)이 '이건희 컬렉션'을 선보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직접 찾은 체이스 F. 로빈슨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장은 "8일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만났다"며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포함해 다양한 협업을 의논했다. 현재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로빈슨 관장은 한국에서 지난 일주일간 30여 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 한국교류재단 등 여러 기관과 다양한 한국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협의했다"며 "앞으로 우리 박물관은 한국의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음식 문화까지 적극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로빈슨 관장을 만났다.
Q : '이건희컬렉션' 전시를 추진 중이라고.
A : 이건희컬렉션은 굉장히 뛰어난 수집품이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모두 아우르고, 적극적으로 수십 년에 걸쳐 모아온 수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직접 보지 못해 아쉽지만, 이번 전시 도록을 보고 사람들이 전시에 열광한 게 전혀 놀랍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난 8월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025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2026년 초 미국 시카고박물관 전시 등 해외 전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NMAA 전시가 확정되면 뉴욕과 시카고에 이어 미국 수도인 워싱턴 D.C. 까지 미국 주요 도시 세 곳에서 이건희컬렉션이 선보이게 된다.
Q : 앞서 두 곳에서 전시가 확정됐다.
A :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0년 동안 아시아예술을 미국에 소개해온 우리 박물관만의 강점도 있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우리 박물관 설립자인 찰스 랭 프리어(1854~1919)가 현대미술과 아시아 전통미술을 함께 수집했는데, ‘혁신적인 컬렉션’이라는 점에서 이건희컬렉션과 통한다. 우리 박물관에서 남다른 공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스미스소니언은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박물관, 미술관 등 19개의 문화기관이 모인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박물관이다. 한 해 이곳을 찾는 관람객이 약 3000만 명이다. 이 박물관에 투입되는 예산은 2조 1100억 원(16억 달러)에 달한다.
이중 NMAA는 당시 철도계 거물 프리어가 수집품을 기부해 출발한 아시아예술 박물관으로, 현재 중국, 인도, 일본, 한국, 이슬람, 이집트 유물을 약 4만6000점 소장하고 있다. 이중 한국 컬렉션은 약 1000점 정도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와 고려 불화 3점 등이 있다. 로빈슨 관장은 "우리 박물관은 아시아미술 연구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현재 큐레이터 12명, 보존처리사 15명이 있다"며 "내년부턴 처음으로 한국미술 전담 큐레이터가 생긴다"고 전했다.
NMAA는 내년 100주년을 맞는다. 로빈슨 관장이 한국을 찾은 또 다른 이유다. 그는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영화와 음악뿐 아니라 미술에서도 매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적극적인 협력으로 우리가 한국문화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Q : 앞으로 100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A : 단순히 미술품 전시를 여는 것을 넘어서 살아있는 현대 문화를 관람객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을 목표다. 온라인 도슨트 언어도 7개로 늘렸고, 온라인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온라인 전시 참여율이 두 배 이상 늘었는데, 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갤러리를 보고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다.
로빈슨 관장은 "그동안 박물관에서 한국 영화도 소개했다. 음력 설날 축제를 열어왔는데 내년엔 추석을 주제로도 축제를 열 것"이라며 "100주년 행사가 열리는 내년 5월 박물관에서 한국음악 공연도 열 것"이라고 말했다.
Q : 한국문화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보나.
A : 이번에 와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조선시대 의궤(儀軌) 전시가 매우 인상 깊었다. 이런 것이야말로 중국이나 일본에서 볼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다. 현재 일본은 판화, 중국은 회화 등 딱 떠오르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한국은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아쉽다. 중국·일본과 또다른,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가 앞으로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
Q : 박찬경·서도호 등 한국 현대미술 작가도 소개한다고.
A : 내년에 우리 박물관에 처음으로 현대미술 전시장을 새로 여는데, 박찬경 작가가 그곳에서 처음 전시를 선보인다. 또 2024년엔 미술관 앞 야외공간에 서도호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다. 지하철 스미스소니언에서 나오자마자 관람객들이 서도호 작품을 제일 먼저 마주하게 될 것이다.
10여 년 전 첫 방문 이후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로빈슨 관장은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크게 늘었다. 한국이 예술·문화에 그만큼 관심이 많기 때문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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