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사라졌던 ‘이머시브 공연’의 부활
"다양한 경험 추구하는 MZ세대 성향과 잘 맞아"
지난 2020년, 서울 그레벵 뮤지엄에는 1920년대 미국의 화려한 황금기이자 재즈 시대를 재현한 공간이 마련됐다. ‘개츠비 맨션’이라고 이름 지어진 이 곳엔 드레스 코드를 갖춘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극중 배우들과 함께 춤을 추고 음료를 마시며 파티에 참석한 듯 공간을 누볐다. 작가 스콧 피츠 제럴드의 유명한 고전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원작으로 한 국내 최초 라이선스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의 공연장의 이야기다.
색다른 공연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 공연이 오를 때만해도 업계에선 국내 공연계에도 ‘이머시브 열풍’이 불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에서 가장 롱런한 이머시브 연극으로, 국내에서도 개막 이후 2030 예매자 비율이 약 84%(인터파크 기준)를 차지할 만큼 트렌디한 젊은 층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월에 조기종영했다. 팬데믹 시기에도 공연계는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며 꾸준히 공연을 올려온 장르로 꼽히지만, 관객과의 접촉이 불가피한 이머시브 공연은 사실상 진행 자체가 불가했다. 이후 이머시브 공연은 사실상 전무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다시금 이머시브 공연이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최근 개관한 LG아트센터 서울의 블랙박스 극장 U+ 스테이지에서는 지난달 22일부터 영국 이머시브 씨어터 그룹 다크필드의 3부작이 공연되고 있다. 다크필드는 ‘시각이 사라지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모든 감각과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는 데 착안해 관객이 헤드셋을 쓰고 감상하는 3개 작품을 만들었다.
영혼과 대화하는 자들의 모임 ‘고스트쉽’,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비행 ‘플라이트’,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드는 방 ‘코마’ 등 각기 다른 테마를 가진 3개의 작품이 ‘다크필드 3부작’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모든 빛이 사라지고, 헤드폰을 쓴 관객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초현실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360도 입체음향과 감각을 자극하는 특수효과를 통해 완전히 다른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공연은 11월 19일까지 진행된다.
지난 9월 잠실실내체육관 북문 소광장 에프비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2022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은 이버시브 공연의 원조격이다. 2005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초연된 ‘부에르자 부르타’는 국내에선 2013년 처음 선보였고, 이번 내한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주제로 하는 이 공연에서 배우는 벽, 천장, 바닥 등 모든 공간에서 불쑥 등장한다. 공연은 12월 26일까지.
이에 앞서 서울예술단은 2018년 초연 이후 4년 만에 국립정동극장에서 ‘금란방’을 공연했다. 재연을 맞은 ‘금란방’은 이머시브 형식으로 새롭게 모습을 바꾸면서 팬들의 반가움을 사기도 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 관람자인 관객을 밀주방에 찾아온 ‘손님’으로 설정해 관객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공연에 참여하도록 설정했다. 극장 로비에 사전 길놀이 공연을 배치하기도 했다.
이머시브를 표방하지 않았지만,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물리적으로 없애면서 관객의 몰입감을 끌어올린 공연들도 있다. 지난 10월 우란문화재단 제작 뮤지컬 ‘동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무대와 객석이 구분되지 않은 블랙박스 형식의 우란2경 극장 바닥에 큐브를 여러 형태로 쌓아 배치하고, 이를 관객들의 좌석인 동시에 배우들의 동선으로 사용했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동선에 따라 자세를 바꿔가며 관극한다. 작품의 제목인 ‘동네’를 표현하기 위해 관객이 극중 일부가 되는 형식을 취한 셈이다. 다만 이머시브 공연처럼 관객에게 의견을 묻는 등의 참여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한 공연 관계자는 “이머시브 공연의 핵심은 이름 그대로 관객의 참여, 주체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극중 배우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작품의 일원이 되면서 일반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한 몰입감과 자극을 얻는다는 점이 강점인 공연”이라며 “과거 ‘위대한 개츠비’ 공연에서 2030세대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처럼 MZ세대들의 관심을 충족시키는 데 적합한 공연이다. 팬데믹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이머시브 공연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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