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도 기울어진 아파트, 도서관으로 변신…포항 지진 5년 지금은

백경서 2022. 11. 13. 1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7년 지진 발생 직후 경북 포항시 대성아파트가 크게 기울어져 있다. 중앙포토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 흥해읍.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해 ‘쾅쾅’ 소리와 함께 땅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진앙과 가까운 흥해읍 대성아파트 1개동이 좌우로 움직이더니 5도 정도 기울었다. 주민들은 인근 학교 운동장 등으로 급히 대피했다. 이재민 1100여명은 흥해읍실내체육관에서 4년 동안 거주했다. 대성아파트에서 대피한 주민은 당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집 찬장에 있던 그릇이 다 떨어지면서 난리가 났다. 나와서 보니 아파트가 기울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지진으로 기울어진 아파트 철거
그로부터 5년. 대성아파트는 모두 철거됐고, 해당 부지에 행복도시어울림플랫폼이란 이름의 복합시설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는 공공도서관·시립어린이집·장난감도서관·키즈카페가 입주한다.

대성아파트 뿐만 아니라 흥해읍 지역은 5년 전만 해도 폭격을 맞은 듯 멀쩡한 건물을 찾기 어려웠었지만, 지금은 지진의 상흔이 대부분 지워졌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옛 대성아파트 부지에 들어설 흥해어울림플랫폼 조감도. 이곳에는 공공도서관과 공중보건소, 지진트라우마센터, 아이누리플라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 포항시]

13일 포항시에 따르면 시는 지진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2019년부터 흥해읍 일대 123만㎡를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해 2896억원을 들여 30개 사업을 추진중이다.

재난구호소·실내수영장 등 조성
특히 포항시는 전파(전부 파손) 판정이 난 5개 공동주택을 사들여 다양한 시설을 짓고 있다.
경림뉴소망타운 부지에는 흥해다목적재난구호소가 지난 1월 준공돼 운영 중이다. 이 구호소는 평소에는 체육·복지시설로 쓰고 재난 발생 때에는 구호소로 변신한다. 50억원을 들여 만든 이 구호소에는 3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대웅파크맨션2차 부지에는 실내수영장과 문화시설로 활용할 복합커뮤니티센터가 올해 12월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학성리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최대 300가구 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짓기로 했다. 내년 8월쯤 착공해 2025년 10월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지진 피해를 본 주민에게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 지진 직후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 초기에 전파 판정을 받은 아파트와 달리 뒤늦게 수리 불가 판정이 난 한미장관맨션에는 아직 주민이 살고 있다.

4개 동 240가구로 구성된 한미장관맨션은 지진 당시 피해가 가장 컸던 대성아파트에 인접해 마찬가지로 큰 피해가 났다. 그런데도 정밀안전진단 결과 ‘약간 수리가 필요한 정도’인 C등급으로 판정돼 주민들이 전파 판정을 요구하며 포항시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당초 포항시는 관련법을 아파트 준공 당시를 기준으로 적용했고, 주민들은 현재 건축구조 기준에 따라 안전진단을 했기 때문에 안전등급에 차이가 생긴 것이다.

거기다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은 포항시 손을 들어줬다. 다만 포항지진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국무총리실 소속 포항지진피해구제심의위원회가 지난해 9월 한미장관맨션을 수리 불가로 결정하면서 한미장관맨션 주민은 전파 판정을 받은 수준으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아파트단지 주민은 재건축을 위해 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강덕 시장은 “흥해특별도시재생사업으로 도시재건과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한 결과가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9년 5월 경북도와 정부는 “포항 지진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흥해읍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포항지진 원인 규명을 한 정부조사연구단은 같은 해 3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을 조사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 연관성 분석 연구’ 과제 결과를 발표해 “지열발전소 물 주입이 지진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열발전소 시추기 등은 철거된 상태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