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구하는 소방과 경찰의 뜨거운 팀플레이
[이준목 기자]
범인잡는 경찰과 화재잡는 소방의 공동대응 현장일지, SBS 새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가 첫 선을 보였다. 11월 12일 방송된 1회에서는 열혈 경찰 진호개(김래원)가 태원경찰서로 전출되어 태원소방서 봉도진(손호준)-송설(공승연) 등과 함께 첫 공조로 납치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진돗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광역수사대 경위 진호개는 검찰로 인계중이던 피의자를 폭행하여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진호개는 서슬퍼런 징계위원들 앞에서 사과나 반성 대신 "진짜 나쁜 놈이었다. 다시 만나면 반 죽여놓을 거다. 경찰이면 정의구현을 해야지"라고 외치는 패기를 선보이며 동료들도 고개를 젓게 만든다. 결국 진호개는 광역수사대를 쫓겨나 태원경찰서로 좌천당한다.
한편 한밤중 집으로 귀가하던 평범한 여성 김소희는 의문의 괴한에게 폭행을 당하고 납치당한다. 다음날 의문의 낯선 장소에서 눈을 뜬 김소희는 자신을 납치한 남성과 마주친다. 그는 여성들을 납치하여 살해하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윤석현)이었다. 김소희는 범인에게 저항했으나 오히려 다리에 칼을 맞고 부상을 당한다.
방안으로 도피하여 문을 잠근 김소희는 범인 몰래 블루투스 이어폰을 이용하여 마침 전화가 걸려온 어머니에게 112신고를 부탁한다. 피해자가 어차피 독안에 든 쥐라고 생각한 범인은, 김소희를 잠시 내버려두고 방안을 청소하고 요리까지 하는 여유를 보인다.
납치신고를 접수한 태원경찰서와 소방서는 함께 '코드 제로' 상황으로 긴급출동 공동 대응에 나섰다. 태원경찰서로 첫 출근하던 진호개도 바로 현장으로 합류하며 소방팀과 처음 조우한다. 진호개는 오토바이를 몰고 선두에서 소방대 차량이 긴급 출동할수 있도록 꽉 막힌 도로를 개척해준다.
피해자는 하필 다세대 거대 아파트 단지중 한 집에 갇혀 있었고, 창문은 봉쇄되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 공동대응팀은 현장 인근까지는 도착했으나 피해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어서 속수무책이었다. 설상가상 김소희는 허벅지에 부상으로 출혈이 계속되고 있어서 범인이 아니더라도 1시간 이내에 구조하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공동대응팀은 피해자와의 통화로 얻은 자잘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범인의 신원과 행적을 추적한다. 진호개는 범인이 노련한 연쇄살인범임을 파악하고, 아마도 또다른 여성 피해자를 살해하여 그의 집을 자신의 은신처로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공동대응팀은 해당 지역내에 실종자와 생활반응이 끊겨있는 사람을 탐문하여 해당 단지 내에서 김예지라는 인물의 주소를 찾아냈다.
진호개와 공동대응팀은 곧바로 출동하여 용의자를 체포하지만 그 남자는 범인이 아니었다. 집주인이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있느라 생활반응이 끊긴 것이었음을 드러난다. 결국 헛다리를 짚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초조해진 소방팀 봉도진은 "당신 때문에 소비한 시간이 얼만줄 아냐"고 진호개를 질타하며 갈등이 고조된다.
진호개는 최후의 수단으로 "소방, 너희들이 제일 싫어하는 짓 좀 하자"고 제안한다. 바로 고의로 불을 질러서 연기로 위치를 파악하자는 것. 소방팀은 피해자의 생명이 너무 위험하다며 강하게 반발하지만, 진호개는 "범인 손에 죽거나 과다출혈로 죽거나 마찬가지다. 아이는 집에 살려보내야할 것 아니냐, 불을 끄고 구해라. 그게 소방 아니냐"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다른 방법이 없었던 봉도진은 김소희에게 수명이 다된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법을 알려준다. 김소희는 혼신의 힘을 다해 불을 지른 이후 화장실로 피신하여 쓰러진다.
공동대응팀은 화재 연기로 마침내 피해자의 위치를 파악해낸다. 진호개와 봉도진, 송설은 함께 사다리를 타고 창문을 통하여 고층 아파트로 진입한다. 하지만 범인도 이를 눈치챈다. 먼저 진입했던 진호개는 뒤에서 범인의 기습을 받아 인질로 붙잡히고 만다.
진호개는 봉도진이 진입 직전 백드래프트(화재시 밀폐되었던 공간 등을 열었을때 갑작스런 산소 다량공급으로 연소가스가 발화하여 폭발하는 현상)를 경고했던 말을 떠올리고, 범인을 도발하여 일부러 피해자가 있는 방문을 열게 만든다. 그 순간 백드래프트의 충격으로 몸이 날아간 범인과 진호개는 동시에 기절한다.
그 사이 봉도진은 안으로 들어가 피해자를 밖으로 구해내고 화재 진압에 나선다. 송설은 실신한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하지만 그 사이에 범인이 먼저 눈을 뜨며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 다급해진 송설은 응급처지를 계속하면서도 "범인 잡는다며? 일어나"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기절한 진호개를 깨운다.
절체절명의 순간, 간산히 의식을 찾은 진호개가 범인에게 달려들어 격투를 벌이고, 진호개는 진짜 진돗개처럼 범인의 다리를 깨물어 제압한다. 범인에게 끝내 수갑을 채운 진호개는 "진돗개에 물리면 답이 없다"며 광기어린 웃음을 터뜨린다.
무사히 구조된 김소희는 의식을 되찾고 어머니와 함께 병원으로 이송된다. 범인의 이름은 조두칠로 동물병원을 운영하다가 과잉처방 및 불법안락사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부상이 심했던 진호개와 범인은 일단 치료를 위하여 송설과 함께 구급차량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된다.
진호개는 범인을 취조하며 몇 명을 죽였냐고 질문했고 범인은 "여섯명 반"이라고 답하며 "한 명은 아깝게 하다말았잖아"라며 유일하게 살아남은 김소희를 언급한다. 범인은 진호개의 추리대로 또다른 피해자를 살해하고 그 집을 범행장소로 이용했다. 동물마취제로 피해자들을 기절시키고 휠체어로 옮기며 자상한 남편으로 위장하는 수법을 반복해서 사용했다고.
아무런 죄책감없이 살인을 취미처럼 즐기는 범인의 뻔뻔한 모습에 분노한 진호개는 달려들어 목을 조르지만, 어쩔 수 없이 화를 억누르며 물러서고 만다. 그러자 송설은 응급처치를 핑계로 중화상을 입은 범인의 얼굴에 거칠게 소독액을 붓고 거즈를 아무렇게나 투척하여 입을 막아버린다. 좀전까지 능글맞게 웃던 범인은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발작할만큼 처절하게 응징 당한다.
사건이 마무리 된후, 진호개는 태원경찰서와 소방서 양쪽에서 모두 화제의 인물이 된다. 진호개의 부친이 검사장이라는 의외의 사실도 드러난다. 인근에 월세로 방을 계약한 진호개는 마침 같은 층에 거주하는 봉도진-송설과 이웃이 된다.
두 사람은 진호개가 계약한 집에 "귀신이 나온다"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고, 거칠 것 없어보이던 진호개는 의외로 귀신을 무서워하여 집에 들어가기를 주저하는 소심한 모습을 보인다. 그때 마침 긴급출동신고가 또다시 접수되고 진호개는 "신고가 더 낫겠다"고 한숨을 돌리며 소방팀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 공동 출동에 나선다.
<천원짜리 변호사>의 후속작으로 선보이는 <소방서 옆 경찰서>는 사선을 넘나드는 일선에서 고군분투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경찰관'과 '소방관'의 팀플레이를 그려낸 작품이다. 실제 현실에서도 긴급출동 상황에서 경찰과 소방대가 일선에서 함께 협력해야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한편으로 <소방서 옆 경찰서>는 여러모로 민감한 분위기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시작된 작품이기도 하다. 본래 이 작품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후속으로 기획됐으나 스태프였던 고 이힘찬 PD의 사망 사건으로 논란이 커져 촬영이 중단되었고 편성이 하반기로 밀렸다.
이에 제작사와 유족, 언론노조등이 참여한 공동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고인의 사망이 부족한 예산과 촉박한 기일 등 국내 드라마의 혹득한 제작환경 속에서 비롯된 업무상 스트레스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드라마 첫 회에서는 오프닝에 '스튜디오S와 제작진 일동은 고 이힘찬 프로듀서를 기억합니다'라는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공교롭게도 방영을 2주 앞두고 전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하며 당시 현장 구조에 참여했던 경찰과 소방관들의 대응이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경찰과 소방의 역할 및 실제 현장에서의 대응 시스템이 어떻게 운용되는지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전작인 <천원짜리 변호사>는 시청률 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갑작스러운 조기종방과 후반부로 갈수록 추락한 완성도로 인하여 많은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전작이 법과 변호사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약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정의로운 이들의 활약상을 다뤘듯이, <소방서 옆 경찰서> 역시 전문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권선징악 활극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거칠고 무모한 열혈마초 형사와 코믹한 허당미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주연배우 김래원의 안정된 연기력, 각자의 전문성을 극대화하여 어려운 난제를 해결하는 경찰과 소방의 이색 케미는 속도감있는 전개와 맞물려 첫회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작의 인기를 이어받아 <소방서 옆 경찰서>는 1회부터 닐슨 코리아 기준 전국 7.6%, 수도권 7.8%, 순간 최고 11.2%까지 치솟으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또한 2049 시청률은 4.2%를 기록, 모두 동시간대 드라마와 당일 전체 프로그램을 아울러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일단 순조로운 첫 테이프를 끊은 <소방서 옆 경찰서>가 민감한 시선과 각종 논란들을 극복하고 끝까지 완성도를 유지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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