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혐오로 표를 사지 말라…美중간선거가 남긴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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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증오보다 강한가.
적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부추김으로써 자신의 지지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트럼프식 정치전략은 이번에도 확인됐다.
당장 가깝게는 트럼프식 혐오 마케팅이 판쳤던 2018년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란 결국 갈등의 역사일 수밖에 없다지만, 혐오로 표를 사고자 하는 극단적 전략만은 멈춰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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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사랑은 증오보다 강한가. 호감은 혐오를 이기는가. 얼마 전 치러진 미국 11·8 중간선거를 살피자면, 씁쓸하게도 이 질문의 답은 분명 ‘아니오’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미 전국 단위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는 지지 후보가 없다는 유권자가 유독 많았다. 양당 구도의 오랜 지지층조차도 좀처럼 한 방향을 확신하지 못한 탓이다. 다만 유독 확실했던 것도 있다. 바로 혐오다. 지지하는 후보는 없어도, 결사반대하는 후보는 있었다. 앞으로 미국이 나아가길 원하는 방향은 없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만 한다는 방향은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발 빠르게 이용해 온 것 역시 정치권이다. 적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부추김으로써 자신의 지지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트럼프식 정치전략은 이번에도 확인됐다. 지난 2년간 보수 유권자들에게 단단히 주입됐던 ‘선거 음모론’은 이번 중간선거를 계기로 또다시 활개 쳤다. 미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자택에서 남편 폴 펠로시를 망치로 습격해 모두를 경악하게 한 괴한의 SNS에는 각종 혐오 발언과 음모론이 가득했다.
상대적으로 수위가 얕다고 하나 민주당 역시 이러한 혐오를 이용하는 선거전략을 펼치긴 했다. 자신의 각종 성과를 자랑하기에 바빴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갑자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극우세력들을 ‘MAGA 무리’로 묶어 미국의 민주주의에 발붙일 곳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맹공을 펼치기 시작한 것 역시 이러한 계산에서다. 낮은 지지율을 높일 카드가 좀처럼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새 전략은 '적을 규정지음으로써 반(反)트럼프 세력을 집결시키는 것'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는 통한 듯하다. 집권당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간선거의 특성, 낮은 지지율, 결코 민주당에 유리하지 못한 최근 경제 환경까지 모든 것이 공화당을 도와주는 것 같았음에도 레드웨이브(Red Wave, 공화당 압승)는 없었다. 며칠째 초박빙 구도를 이어가고 있는 상원 선거 개표 현황을 보노라면 8일 당일 뉴욕 맨해튼의 한 투표소장 앞에서 "바이든도, 민주당도 싫다. 하지만 트럼프가 더 싫어서 투표하러 왔다"면서 단어 사이 사이마다 욕설을 내뱉어 차마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한 30대 유권자가 떠오른다.
선거철 정치 캠페인이 도를 넘어선 혐오와 분열의 도구가 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당장 가깝게는 트럼프식 혐오 마케팅이 판쳤던 2018년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2020년 대선 이후 모두를 충격에 안긴 '승복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점점 거세지는 혐오, 분열과 함께 이제 미국의 본질까지 뒤흔드는 모습이다. 또한 이는 2024년 대선까지도 이어질 것이다.
혐오의 정치는 단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어떠한가. 민주주의란 결국 갈등의 역사일 수밖에 없다지만, 혐오로 표를 사고자 하는 극단적 전략만은 멈춰야 하지 않을까. 혐오란 한번 전이되면 집단적 광기의 성격을 띠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혐오로 받은 상처는 또 다른 분노와 혐오를 낳는다. 우리는 혐오와 배제, 선동의 정치가 곧 나치라는 끔찍한 역사 속 비극을 초래했음도 이미 알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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