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5000만원만 주면 그림 같은 유럽 마을 통째로 산다고?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인 ‘살토 데 카스트로’
한때 사택 단지였으나 1980년대 말부터 아무도 살지 않아

스페인 부동산 거래 웹사이트에 올라온 '살토 데 카스트로' 매물 광고.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집 44채, 호텔, 교회, 학교, 수영장…. 심지어 막사 건물까지 모두 포함한 유럽 마을의 가격이 우리 돈 3억5000만원이라면?

영국 BBC 방송은 한때 관광지로 조성하려 했던 스페인 마을 전체가 호가 26만 유로(약 3억5600만원)의 매물로 나오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이 마을은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살토 데 카스트로(Salto de Castro)'로, 수도 마드리드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이며 자모라 지방의 포르투갈 국경 인접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이 마을이 헐값에 나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 마을에는 '주민'이 없기 때문이다.

살토 데 카스트로는 30년 이상 방치된 유령 마을이다. 이 마을은 원래 1950년대 초 인근에 저수지를 건설한 노동자 가족을 수용하기 위해 전력회사에서 조성한 사택 단지다. 저수지가 완공되자 주민들은 이사를 했고, 1980년대 후반에 이르자 마을은 완전히 버려졌다. 현 소유자인 80대 남성은 2000년대 초, 관광지로 탈바꿈시킬 기대를 안고 마을을 구입했으나 유로존 위기로 계획은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시간이 무심히 흐르는 사이, 소유주는 이제 나이가 들고 매물 가격도 지속해서 하락했다. 매물이 올라온 부동산 거래 웹사이트는 판매 이유를 "소유자가 도시 거주자이며 마을을 유지·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매매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거래 대리인에 따르면 일주일 전 매물을 올린 후 지금까지 5만명 이상이 이 매물을 봤고, 러시아, 프랑스, 벨기에, 영국에서 300명이 구매에 관심을 보였다. 한 명은 구매 예약까지 걸어둔 상태다. 이 마을은 과거 650만 유로(약 88억6000만원)에 시장에 나온 적이 있으나, 당시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건물이 파손돼 가격이 폭락했다. 이 마을의 가격인 26만 유로는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의 부촌에서는 방 1개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기에도 부족한 액수다.

부동산 거래 대리인 로니 로드리게스는 "소유주는 이곳에 호텔을 갖는 꿈을 꾸었지만 모든 것이 보류됐다"며 "그는 여전히 프로젝트가 실현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판매회사는 "이 마을이 100%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고, 수익을 낼 수 있게 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200만 유로(약 27억2600만원)를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