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는 건졌는데 '물' 없다…헬기타고 물 찾아나선 울산시장

백경서 2022. 11.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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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겸 울산시장 등이 지난 9일 헬기를 타고 울산 전역의 댐을 둘러봤다. 하늘에서 찍은 댐 전경. [사진 울산시]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를 보존하려 ‘물 찾기’에 비상이 걸렸다. 암각화를 보존하려면 울주군 대곡천 내 사연댐 수위를 낮춰야 하는데, 새로운 취수장이 없는 상황에서 식수원 공급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9일 산불 진화용 헬기를 타고 신규 식수원 발굴을 위해 울산 전역을 항공 시찰했다. 이날 오후 2시 울산시 환경국장, 환경정책과장, K-water 울산권지사장 등과 함께 헬기에 올라 90분가량 약 110㎞를 돌아다녔다.

이들이 둘러본 곳은 사연댐과 대곡댐·회야댐·대암댐 등 기존 용수 공급 댐 4곳, 2008년 ‘낙동강 하류 연안 지역 청정수원 조사 용역’에서 발굴된 (가칭) 소호댐 등 기존 소규모 댐 후보지 4곳, 최근 시가 찾아낸 (가칭) 신명댐과 작천댐 등 신규 소규모 댐 후보지 2곳 등이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김 시장은 “기존 용수 댐 용량을 넓히거나 새로 소규모 댐을 건설하는 등 방안을 고민 중이다”며 “추가 식수원이 확보되면 (사연댐 수위를 낮춰 )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위치한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뉴스1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울주군 대곡리에서 발견됐다. 바위 면에 새끼를 업은 귀신고래, 호랑이·거북이와 같은 동물 그림 300여 점이 그려져 있다. 또 신석기시대부터 신라 시대까지 다양한 생활상을 보여주는 그림이 담겨 문화·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후, 지난해 ‘우선 목록’에 선정, 현재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발견 수년 전 지어진 사연댐 저수 구역 안에 있다 보니 매년 장마철마다 수시로 침수 피해를 겪었다.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암각화가 물에 잠기기 시작한다. 연평균 42일가량 이런 식으로 물에 잠기는 바람에 그림이 갈수록 희미해졌고, 세계유산 등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당초 울산시는 대구시·구미시·환경부 등과 손잡고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물 8만9000t을 내보내 수위를 52.2m까지 낮추고, 대신 부족한 물은 대구에서 받아 쓰는 방안이었다. 지난 4월 대구-구미가 ‘맑은 물 나눔과 상생 발전에 관한 협약’을 체결해 구미의 해평취수장에서 대구로 물을 끌어다 쓰는데 구미시가 동의하고, 울산은 기존 대구 식수원인 청도 운문댐 물을 가져다 쓰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7월 민선 8기에 들어서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대구와 구미 단체장이 바뀌면서 협약이 뒤집힌 것이다. 대구시는 지난 8월 ‘맑은 물 상생 협정’을 맺은 지자체와 관계기관에 협정 해지를 통보했다.

반구대암각화 그림. [사진 연세대 박물관]

결국 울산시는 자체적으로 신규 식수원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문제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김 시장은 “막상 가보니 후보지 입지가 열악하다”며 “경주 등과 협의가 필요하거나 전원주택지가 조성돼 있어 사업추진 난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산권 등 문제가 있어 소규모 댐을 선정하는 게 현실적일 것 같다”며 “소규모 수원 개발 계획을 세워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김 시장은 조만간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만나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의 이행을 촉구하기로 했다. 울산의 선택지 가운데 운문댐 물이 가장 깨끗한 만큼 홍 시장에게 약속 이행을 촉구할 계획이다.

김 시장은 “물 문제는 시민 생명과 직결된 만큼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정부 설득이 쉽지 않지만, 최적의 계획을 세우고 반구대 암각화 보존 해법도 찾겠다”고 말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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