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주목받는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

김종화 2022. 11.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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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공해시설 인식, 주민 반대 '전처리시설' 대안 부상
시멘트 공장 있는 지자체 전처리시설 효과 누려
"전처리시설 설치 간단, 경제성 뛰어나…시멘트사 순환자원 사용, 환경 해결사"
강원도 동해시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에서 직원들이 종량제 봉투를 전처리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사진제공=동해시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생활폐기물을 분리·선별해 시멘트의 대체 연료로 재활용하는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이 주목받고 있다.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 종량제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수도권 지자체들이 비상에 걸렸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매립을 2026년부터 금지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종량제 봉투는 직접 매립할 수 없고, 소각 또는 재활용 단계를 거치고 남은 폐기물만 매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 각 지자체는 신규 소각장이나 매립장 등 환경처리 시설 신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전처리시설 설치로 방향 전환을 검토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부지로 마포구 상암동을 선정하자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고, 마포구청장이 전처리시설 설치를 대안으로 요구한 것도 일례가 될 수 있다.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은 가정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을 분리·선별해 기계적 파·분쇄 과정을 거쳐 5㎝ 이하로 만들어진 폐기물을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부연료로 사용하는 자원순환 시설이다. 폐기물을 소각하기 전에 재활용할 수 있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폐비닐 등을 분리하는 소각 직전의 단계라는 의미로 '전(前)처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전처리시설은 악취제거 및 분진 제어 설비 등 간단한 설비만으로도 대기오염을 방지할 수 있고, 배출부담금과 시설유지비 등의 환경 관련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또 기존 환경시설 설치·운용 비용보다 전처리시설을 설치·운영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런 장점은 그동안 전처리시설을 운영해왔던 지자체들의 성과로 증명된다. 게다가 기존 시설과 비교해 위생적이면서 환경오염도 적어 주민들의 수용 가능성도 커진다.

시멘트 공장 있는 지자체 전처리시설 효과

그러나 전처리를 통해 생산한 순환자원의 수요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부분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강원도 동해시와 삼척시의 전처리시설이 운영성과 등을 인정받고, 전국의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몰려드는 것도 인근에 시멘트 공장이 있기에 가능했다. 실제 동해시의 경우 매년 수십여 곳의 지자체에서 전처리시설을 방문한다. 지난해 18개, 올해는 10월까지 10개 지자체에서 견학을 다녀갈 정도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종량제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이 금지되면 가장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서울, 경기도 등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대규모 지자체는 여러 차례 방문하는 등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동해시 생활폐기물 직매립제로화 전처리시설은 2018년 환경부 시범 공모사업에 선정돼 2020년 9월부터 본격 가동됐다. 동해시는 전처리시설을 통해 재활용 가능한 형태로 분류된 폐기물을 쌍용C&E 동해공장에 유연탄 대체 연료로 공급한다. 시멘트 공장에 보내고 남은 불연물은 SRF(고형연료)와 재생골재, 매립지 복토재 등으로 활용한다.

전처리시설 가동 후 동해시의 폐기물 매립량은 절반가량 줄었다. 지난해 동해시의 전체 폐기물 매립량은 1만4205t으로 전년의 2만3450t에 비해 9245t, 40%가량 감소했다. 특히 종량제 봉투 폐기물 재활용률은 2020년 27%에서 지난해 70%, 지난달까지 77%를 넘어섰다. 연간 전처리시설 가동률도 90%를 넘는다. 하영희 동해시 전처리시설 소장은 "생활 쓰레기를 자원화해 시멘트사에 제공, 열원으로 재사용하는 자원순환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동해시의 경우 쌍용C&E와의 협업이 굉장히 순조롭다"고 말했다.

삼표시멘트와 연계해 2019년 9월부터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을 운영하는 삼척시는 지난해부터 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전처리시설 운영 전 연간 1만774t에 달했던 삼척시의 폐기물 매립량은 시설 운영 후 2079.57t으로 81%나 감소했다. 생활폐기물 처분 분담금 감소, 쓰레기매립장 사용기한 연장 등 다양한 효과를 누리고 있다.

"경제성 충분, 쓰레기 대란 해결사는 시멘트 순환자원 시설"

이처럼 시멘트 공장이 자리 잡은 지자체의 경우 전처리시설 설치의 효과가 크지만, 시멘트 공장과 같은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한 지자체는 고민이 깊다. 이 때문에 전처리시설 입찰 때 수요처 확보를 조건으로 내거는 지자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처리시설 설치 및 위탁관리 업체인 HL에코텍 관계자는 "시멘트사가 있는 지자체는 전처리시설 운영이 아주 순조롭다"면서 "시멘트사처럼 재활용된 폐기물을 사용할 곳을 찾지 못한 지자체는 입찰 때 수요처 확보를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고 전했다.

시멘트 공장 같은 수요처만 확보하면 전처리시설 운영을 통한 경제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주장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배재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시멘트 산업의 폐기물 재활용에 따른 국가 경제 기여 효과 분석'이라는 연구 결과를 통해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폐기물을 원료 및 연료 대체 순환자원으로 사용할 경우 ▲공공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운영 최소화로 총 5조9945억원의 국가 비용을 절감하고 ▲천연원료 및 유연탄 대체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연 553억원 ▲천연광물(원료) 채굴 비용 절감 연 1135억원 ▲유연탄(연료) 수입 비용 절감 연 803억원 등 총 5031억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배 교수는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 설치는 행정적 절차가 간소하고, 국내 기술로 설치가 가능해 공사 기간도 단축되며, 2차 오염시설 처리비용과 방지시설 운영비 투입이 거의 없어 경제성도 뛰어나다"면서 "앞으로 쓰레기 대란 등 환경문제 해결사는 시멘트사의 순환자원 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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