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지지층서 제로 코로나 반대 목소리 확산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中 곳곳에서 삼엄한 단속 뚫고 코로나 방역항의 시위
고강도 방역 못참아 근로자·대학생들 집단탈출 감행
中 최고 지도부, 제로 코로나 확고히 관철하기로 결정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단 한 명도 용납하지 않곘다’는 정부의 ‘칭링팡전’( (淸零方針·zero Covid policy)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관변 논객과 훙얼다이(紅二代혁명원로 자제), 샤오펀훙(小粉紅·광신적 애국주의를 표출하는 중국의 젊은 네티즌그룹) 등 중국 정부의 열렬한 지지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온 후시진((胡錫進·62) 전 환구시보(環球時報) 총편집은 지난 7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환구시보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계열 국제뉴스 전문지다.
후 전 총편은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SNS)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제로 코로나는 치러야 할 대가는 크지만 실현할 수 없는 목표"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기층의 조직력이나 중앙의 지시를 이행하는 집행력이 가장 강한 베이징에서 조차 엄격한 방역 통제에도 코로나 제로화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도시들이 제로 코로나를 실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썼다.
그는 1일에도 웨이보에 “(내가)의료 전문가는 아니지만 일부 도시에 대해 장기간 봉쇄를 강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옳은 일은 아니다”며 장기간 계속된 봉쇄에도 확진 사례가 끊임없이 발견된다는 것은 봉쇄방식의 방역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에는 코로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후 전 총편은 “국가는 대중에게 코로나 방역 고삐를 풀지 말지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국가 전체적으로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글에는 12시간 만에 4만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리고, 네티즌들 사이에 제로 코로나 정책을 둘러싼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훙얼다이인 타오쓰량(陶斯亮) 중국시장협회 부회장도 공개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무원 부총리를 지낸 타오주(陶鑄)의 딸이다. 의사 출신으로 당중앙통일전선공작부 부국장을 역임한 전직 고위급 관료다.
타오 부회장은 5일 SNS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베이징의 고강도 방역 탓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탄촹(彈窗)은 마술을 부리듯, 수많은 사람들을 언제 어디서나 아무 이유 없이 순식간에 움직일 수 없게 만든다.”
탄촹은 베이징시 젠캉바오(健康寶·코로나19 건강앱)에 뜨는 건강 이상신호를 알리는 팝업창을 말한다. 신호등의 삼색으로 구성된 젠캉바오가 '안전'을 뜻하는 녹색이 뜨지 않고 빨간색이 뜨면 이동이 금지돼 공공장소나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하다.
그는 저장(浙江)성 후저우(湖州)를 찾았다가 휴대전화 젠캉바오에 '팝업창'이 뜨면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팝업창'에는 "당신의 이동흐름에 따르면 베이징밖 전염병 위험지역과 관련이 있으니 위해성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7일간 전염병 관련지역에 거주한 이력이 없으면 다시 녹색코드를 신청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떴다.
타오 부회장은 후저우에 있는 동안 매일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했다며 수없이 민원을 내고 방역 핫라인에 수십번 전화를 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베이징의 방역정책을 살펴보니 고위험과 중위험, 저위험 지역을 불문하고 똑같았다”며 “이것이 당국의 '정밀방역 전략'에 부합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인터넷 인기작가이자 대표적 샤오펀훙으로 통하는 저우샤오핑(周小平)이 비판한 글도 퍼지고 있다. 그는 "코로나가 가장 엄중하다는 미국에 갔지만 7일 격리 후 귀가했다. 만약 신장(新彊) 위구르 자치구에 간다면 70일간 봉쇄된 뒤에도 집에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나를 가두거나 잡아갈 수 있고, 죽일 수도 있다. 마음대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정부는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확인되면 밀접 접촉자는 물론 2차 접촉자까지 격리하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인은 문밖을 나서면 PCR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음성 증명서가 없으면 공공장소 출입이 금지되며, 심지어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를 마실 때도 QR코드 스캔을 요구받는 등 온종일 ‘코로나19 통제’를 받는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꼬집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3년 가까이 고수하면서 이제 주민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곳곳에서 삼엄한 단속을 뚫고 코로나 방역에 항의하는 시위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 수천명이 "봉쇄를 해제하라!", "자유를 달라!"는 구호를 외치며 코로나 봉쇄에 대한 시위로 불만을 터뜨렸다. 신장(新彊) 위구르 자치구에선 봉쇄지역에서 식량을 공급받지 못한 시민들이 항의하자 관리들이 사과하기도 했다. 단체 행동이나 시위가 매우 드문 중국이지만 고강도 통제가 일상화 되자 시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훙하이(鴻海)정밀공업(Foxconn) 근로자들과 대학생들이 집단 탈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대만 중앙통신(中央通訊) 등에 따르면 8일 정저우 황허(黃河)과기학원 대학생들이 학교 측의 제지를 뚫고 대거 교문 밖으로 뛰쳐 나갔다. 학생 3만명으로 중국 최대 사립대인 이 학교는 교내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을 이유로 이날 오전 조기 방학을 결정하자 학생 절반 가량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후에 적격심사를 거쳐 선별적으로 내보내겠다고 입장을 번복하자 학생들이 경비원들의 제지를 뚫고 교문 밖으로 뛰쳐 나가거나 담장을 뛰어넘는 '탈출극'이 벌어진 것이다. 봉황(鳳凰)망은 이 학교에서 1200여명이 코로나에 집단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집단 탈출 사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 코로나가 번지자 근로자들이 집단 탈출을 감행해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 공장에 지난달 중순부터 봉쇄지침이 하달된 이후 직원들은 2주 이상 식사도 식당이 아닌 기숙사에서 해결해오다 대규모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곳곳에서 방역관련 사건·사고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장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 질병통제지휘부는 9일 밤 "격리병원에 수용됐던 코로나 감염자가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며 "공안국 등 관련 기관이 조사반을 꾸려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개월째 봉쇄령이 내려진 신장에서는 주민들이 식료품 부족에 시달리고 격리병원 시설이 열악하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더욱이 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사망사고가 잇따라 시민들의 분노가 더욱 커졌다. 4일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후허하오터에((呼和浩特)서는 봉쇄된 아파트에 갇혀 있던 50대 여성이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의 딸이 구조를 요청했지만 당국이 묵살해 공분을 샀다. 1일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3세 어린이가 당국의 늑장대응으로 병원 이송이 지연돼 숨졌다.
허난성 루저우(汝州)에서도 격리시설에 있던 14세 여중생이 사망했다. 그녀는 지난달 17일 오전 고열증상이 나타났고, 오후 심한 경련과 의식이 없는 등 심각한 증세를 보여 가족들이 격리 요원에게 상황을 알렸지만, 의사들이 오지 않았고 여중생은 끝내 숨졌다.
이런 판국에 지난달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총서기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성과로 홍보했다. 시 주석은 “제로 코로나 정책은 흔들리지 않았다(動態淸零不動搖)”며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대한 보호했고 경제사회 발전의 성과를 냈다”는 말로 제로 코로나 고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10일에도 중국 최고 지도부인 당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어 코로나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둥타이칭링‘(動態淸零·Dynamic Zero·감염자가 나오면 고강도 방역으로 감염자를 ‘0’ 상태로 돌려놓는다는 뜻) 정책을 확고히 관철하되, 일률적 방역 관행은 시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6월 두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다시 급증 추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10일 중국 본토에서 확인된 신규 감염자는 1만 535명(무증상자 9385명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하이에서 급격히 감염이 확산하던 때인 지난 4월 28일(1만 550명)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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