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Voice] 권진아가 내면을 여행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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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아
Q :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A : 노랫말에 자신의 이야기를 입히는 여성들이 한데 모인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물론 〈엘르〉 창간 30주년을 축하하는 진심과 함께.
Q : 첫 가사 작업 당시를 떠올려본다면
A : 싱어송라이터가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고, 회사에 들어와서 곡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됐다고 생각하는 곡은 정규 2집 〈나의 모양〉의 ‘운이 좋았지’다. 자작곡은 이전부터 써왔지만 꽤 서툴렀던 것 같다. 경험과 치열한 고민이 쌓여 만든 결과물이라 마음에 든다.
Q : ‘여행가’의 한 구절을 나를 표현하는 가사로 꼽은 이유는
A : ‘여행가’를 쓸 당시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다. 그간 똑바로 걸어가려고 애쓴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조금 서툴러도 하고 싶은 걸 분명히 찾고, 그것을 온전한 내 힘으로 해보자고 마음먹고 만든 곡이다. 이제야 진짜 나답게 살 수 있겠다는, 재미있게 인생을 즐길 수 있겠다는 결심이 담겼다. 눈앞에 장막이 하나 걷히고 피부에 새살이 돋는 것 같았던 당시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Q : ‘여행가가 되겠다’는 당찬 가사와 달리 멜로디와 가창에서는 슬프고 짠한 일면이 느껴지는데
A : 지난날을 견딘 내가 기특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묻어 있기 때문일까. 다음 세상으로 기쁘게 한 발짝 나서야겠다는 결심과 과거의 나를 추억하는 애틋함이 담겨 있다.
Q : 권진아의 가사 특징을 꼽아본다면
A : 대부분 부담 없이 쓴다. 멋진 가사를 쓰겠다고 마음먹기보단 떠오르는 것을 툭툭 쓰는데, 완성하고 보면 꽤 마음에 든다.
Q : “내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이다. 내가 느끼지 않은 것에 대해 써본 적 없다”고 음악적 방향에 관해 얘기해 왔다
A : 스스로를 고백하는 건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대중에게 내가 담긴 노래를 소개하는 직업을 가졌으니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면이 있고 아닌 면이 있고, 또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 모습과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에 어느 정도 괴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곡을 쓰고 스스로 세상에 드러내는 과정에서 감정이 정리되고 심리 상태가 안정되기도 한다. 작사는 심리치료하는 기분이 든다(웃음).
Q : 노래 속 화자들의 특징을 꼽자면
A : 예전에는 주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등장했는데, 요즘에는 단단한 존재들이 주인공이 된다. 특징이 변했다기보다 상처받은 이들이 성장한 모양새다. 어쩌면 그건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 어릴 땐 상처도 많이 받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숱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의 나는 성숙해지고 단단해졌다. 그 에너지가 노래로 표현되는 것 같다.
Q : 가사의 힘을 실감한 경험은
A : 곡을 쓰면 주변에 들려주곤 한다. ‘운이 좋았지’ ‘나의 모양’ 등 자전적인 곡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들려주면 엄청 마음 아파하고, 가끔 울기도 하더라.
Q : 내가 부를 노래에 내 언어를 입힌다는 건
A : 인생을 말하게 된다는 점에서 가사는 삶의 지표 같은 존재다. 이 나이쯤 이런 감정을 느꼈다는 걸 기록할 수 있고, 훗날 다시 꺼내볼 수 있으니까. 타인과 공유하는 일기장 같다.
Q :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라는 곡으로 새롭게 선보일 가사는 어떤 내용인가
A : 내 노래 중 가장 직관적인 발라드다. 누구나 진심이었는데 바보가 된 경험이 있지 않나(웃음). 이 노래가 원망하는 마음을 대신해주었으면.
Q : 앞으로 펼쳐질 당신의 이야기는
A : 앞으로 내가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올지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꽤 흥미로운 것이길 바란다. 이 인터뷰를 읽는 모두가 흥미로운 자신만의 삶을 여행하기를.
2016년 정규 1집 앨범 〈웃긴 밤〉으로 데뷔한 6년 차 싱어송라이터. 솔직 담백한 멜로디와 가사로 사랑받으며 ‘Fly away’ ‘여기까지’ ‘Lonely night’ 등의 곡을 탄생시켰다. 올가을 이별 이야기를 담은 디지털 싱글 앨범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로 컴백한다.
@kwonho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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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과 황상준으로 이뤄진 디자이너 듀오 팀. 한글을 실험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최근 국립한글박물관의 전시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한글연구소〉에 참여하고, 다수의 정기간행물과 페이퍼 굿즈 등을 제작했다. 이들은 ‘여행가’의 가사를 내적 세계 여행으로 재해석했다. 꿈꾸는 듯한 곡의 분위기와 권진아 특유의 몽환적인 음색은 따뜻하고 동화적인 색채감으로, 글은 서예의 자유로운 붓놀림을 모티프로 표현했다. 풋풋함과 성숙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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