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붕괴 후 최악의 패배” … 다급하게 헤르손 떠난 러軍 머문 자리엔

황수미 2022. 11. 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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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남부 요충지 헤르손 지역을 러시아에 점령당한 지 약 8개월 만에 사실상 수복했다.

헤르손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지역을 육로로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같은 러시아를 상대로 항전의지를 불태우며 점령지 탈환 공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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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8개월 만에 전략적 요충지 헤르손 탈환
러, 창고에 박격포탄·군복·책 등 남기고 황급히 철수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병사가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폭발물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우크라이나가 남부 요충지 헤르손 지역을 러시아에 점령당한 지 약 8개월 만에 사실상 수복했다. 이번 헤르손 탈환은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의 최대 성과로 꼽히며, 우크라이나 내에선 시민들의 축하 물결이 일고 있다. 반면 러시아에선 "소련 붕괴 이후 최악의 패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상반된 분위기를 보인다.

헤르손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지역을 육로로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이곳을 점령했으며, 지난 9월 말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 등 다른 점령지와 함께 자국 영토로 강제 합병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같은 러시아를 상대로 항전의지를 불태우며 점령지 탈환 공세에 나섰다. 그 결과 동북부 하르키우주에 이어 헤르손주를 지난 11일(현지시간) 탈환했다.

최대 전과로 꼽히는 이번 헤르손 탈환에 우크라이나는 환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 군이 헤르손에 접근하고 있고, 특수부대는 벌써 도시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령군의 위협과 억압에도 헤르손 주민들은 결코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민들도 시내에 모여 헤르손 탈환을 축하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헤르손 일부 행정 건물에 게양된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른 영상에는 헤르손 서부 인근에서 '러시아는 이곳에 영원하리'라고 적힌 러시아의 선전 광고판이 철거되는 장면이 담겼다.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내에 모인 시민들이 헤르손 탈환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헤르손 퇴각 소식에 러시아 강경파들 사이에선 "소련 붕괴 이후 최악의 패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요 외신은 "이번 러시아의 헤르손 철군은 개전 초기 수도 키이우 함락 실패와 지난 9월 북동부 하르키우 후퇴에 이어 가장 큰 규모의 퇴각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헤르손 인근에선 러시아군이 황급하게 탈출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1일 헤르손 서쪽 블라호다트네의 한 마을에서 철군한 러시아군이 버리고 간 군복과 식량, 박격포탄 등이 발견됐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9일 탈환한 이곳은 헤르손으로 향하는 길목으로 알려졌다.

이 마을을 수색하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러시아군이 숙소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한 창고에서 군복과 통조림, 책 등이 헝클어진 채 널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근처의 다른 창고에는 수백 발의 러시아군 박격포탄이 들어 있는 녹색 나무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또 바닥에는 언제든 발사할 수 있게 뇌관까지 장전된 박격포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수색에 참여한 한 우크라이나 병사는 "러시아군은 서둘러 떠났다"며 "이 포탄을 우리에게 쏘려고 준비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고 NYT에 전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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