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코인거래소 FTX 파산신청…‘코인판 리먼 사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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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런(대규모 인출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했다.
이번 파산보호 신청 대상에는 FTX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인 알라메다리서치 등 130여개 계열사가 포함됐다.
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FTX 부채는 100억∼500억 달러(13조2000억∼66조2000억원)에 이른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FTX 파산 신청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3% 이상 하락하며 1만6000달러(2110만원)대에서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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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미국 헤지펀드 등 물린 ‘큰손’ 다수
코인 시장 출렁
‘코인런(대규모 인출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했다. 부채만 최대 66조원에 이르는 암호화폐 업체 역사상 최대 규모 사건이다. ‘코인판 리먼 사태’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FTX는 11일(현지시간) 트위터 성명에서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며 “전 세계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한 자발적인 파산보호 절차”라고 밝혔다. 챕터11은 미국 연방 파산법에 의거한 파산 절차로 파산법원 감독 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다.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이번 파산보호 신청 대상에는 FTX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인 알라메다리서치 등 130여개 계열사가 포함됐다.
FTX는 법원에 부채가 최대 66조원을 넘는다고 신고했다. 이는 암호화폐 업체 중 사상 최대 규모다. 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FTX 부채는 100억∼500억 달러(13조2000억∼66조2000억원)에 이른다. 채권자는 10만명 이상이다.
‘코인계의 JP 모건’으로 불렸던 30살의 샘 뱅크먼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신 구조조정 전문가인 존 J. 레이 3세가 CEO 직을 물려받아 파산 절차를 진행한다. 레이는 “FTX 그룹은 가치 있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직 체계적인 공동 절차로만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FTX에 투자한 ‘큰손’들이 많았던 탓에 ‘코인판 리먼 사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FTX에 돈이 물린 투자자는 캐나다 교사 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미국 헤지펀드 등으로 광범위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FTX에 1억달러(약 1300억원) 자금을 투자했다”라고 보도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채권자로서 우선순위가 낮아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탓이다. AP통신은 “FTX 사태는 최근 수년간 발생한 가장 복잡한 파산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채권자 범위를 가려내는 데에만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약 42조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던 FTX는 이달 초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의 재무구조 부실 의혹이 제기되며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알라메다는 전체 자산 146억 달러 중 36억6000만 달러를 FTT로 보유 중이었다. 보유한 FTT를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도 21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사실상 자체 코인 생태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킨 셈이다.
이에 뱅크먼프리드가 통해 FTT 가격을 인위적으로 유지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FTX가 FTT를 발행하면 알라메다가 이를 매입해주는 식으로 매수세를 올렸다는 것이다. 만약 알라메다가 경영악화 등 이유로 FTT 매입을 중단하거나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면 FTT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FTX의 유동성 위기를 우려한 이용자들의 ‘코인런’이 시작됐다.
FTX는 자금 인출을 동결하고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바이낸스는 인수 검토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다. 이후 FTX는 94억 달러 규모의 긴급 자금을 조달하는 데 실패하자 파산을 신청했다.
FTX 파산 신청 소식이 전해지며 암호화폐 시장은 또 출렁였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FTX 파산 신청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3% 이상 하락하며 1만6000달러(2110만원)대에서 거래됐다. 유동성 위기 전 25달러 근처에서 횡보하던 FTT는 이날 2.05달러 수준으로 추락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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