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유목민은 자유롭고 한가하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문수 기자]
▲ 가이드인 저리거씨(앞줄 맨왼쪽)와 저리거 부인 모기씨(저리거씨 뒷편) 가족이 게르에서 기념촬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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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몽골 중국 국경이 가까운 자밍우드 초원에 살고 있는 모기씨 동생이 사는 게르 모습. 사방 50킬로미터 내에 유목민이 살고 있지 않는 외딴집이다. 몽골에서 5축이라고 불리는 소 말 낙타 양 염소를 천여마리 기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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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씨 동생이 사는 게르 안에는 모기씨 동생이 그동안 잡았던 늑대와 여우, 몽골가젤 가죽이 걸려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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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길을 잘못 들어 몽골 북쪽 홉스골 인근 유목민 집에서 1박 할 때는 경황이 없어 대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머무른 유목민 게르에서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가이드 저리거씨 부인인 모기씨의 친정집이기 때문이다. 모기씨 남편인 가이드 저리거는 한국말이 유창하다. 비록 2박 3일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그를 통해 유목민의 애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유목민은 자유롭게 떠날 수 있을까?
정말 유목민은 떠나고 싶을 때 자유롭게 떠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유목민은 목축환경에 따라 가축을 몰고 몽골초원을 이동한다. 유목민은 물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초목을 따라 이동한다.
▲ 새벽에 일찍 카메라를 들고 초원에 나갔더니 외지인이 온 게 이상한 듯 경계하고 있는 염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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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초원에는 동물사체나 동물이 죽은 흔적들이 널려있다. 염소가 커다란 뿔을 남기고 간 뒷편에 가축우리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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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초지 선택의 결과는 가축을 죽일 뿐만 아니라 유목의 붕괴를 초래한다. 그들은 가족 중 가장 경험 많고 나이 많은 연장자의 선택을 따라 겨울 목초지를 선택한다.
끝간데 없는 초원에 팽이를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은 유목민 게르를 상상하면 목가적 분위기와 함께 모든 게 평화로울 것만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상상으로만 그렸던 유목민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상상한만큼 한가롭지가 않다.
그들의 하루 일과는 동트기 전부터 시작한다. 밤에도 선잠을 잘 때가 많다. 밤낮으로 가축을 돌봐야하고 호시탐탐 노리는 늑대로부터 가축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원에서 밤에 개가 짖으면 주위에 늑대가 와 있다는 증거이다.
동몽골 국경도시인 자밍우드 인근에서 몽골의 5축(말, 소, 낙타, 양, 염소) 1000여 마리를 기르는 모기씨 동생으로부터 가축의 습성을 들었다. 소는 아침저녁 출퇴근을 하고 양과 염소는 밤이면 우리로 몰아온다. 덩치가 큰 말과 낙타는 자기들이 알아서 먹고 잔다.
▲ 몽골 어린이들은 걸음마를 하면서부터 말을 탄다고 한다. 아직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어린이가 말을 타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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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목민에게 개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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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30도에 달할 때 인근에 개울도 나무도 없는 초원에서 어떻게 살아요?"
"그렇게 더울 때는 게르를 둘러싸고 있는 맨 아랫부분 천을 들어 올리면 시원한 공기가 들어와 괜찮아요."
몽골은 우리의 여름처럼 습도가 높지 않아 한 여름에도 그늘 속에 들어가면 견딜만하다. 영하 40~5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겨울을 굳건히 받아들이는 유목민. 2년전 몽골의 겨울이 한창인 1월에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순록을 기르는 차탕족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낸적이 있다.
▲ 2년전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순록을 기르는 차탕족 '오르츠'에서 1박을 했지만 너무 추워 잠 한숨 못자고 다음 일정까지 취소하고 돌아왔다. 당시 영하 40도가 넘는 추위였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사는 지 놀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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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영하 40도. 모든 게 얼어붙을 것 같은 '오르츠' 원뿔 끝은 하늘이 보이고 외부 냉기가 그대로 스며든다. 배낭에 있는 모든 옷을 껴입고 침낭속에 들어가 머리끝까지 뒤집어 썼지만 온몸에 스며드는 냉기를 이길 수 없어 밤새 난로에 장작을 넣었다. 그래도 너무 추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필자는 다음날 말타고 샤만을 찾아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고조선답사단 일행은 올 6월에 21일간 고비사막을 여행했다. 때론 섭씨 40도가 넘는 더위와 목타는 초원들. 밤이면 가축들의 피를 빨아먹던 모기들의 공격은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왜 몽골 노래가 마두금 소리가 구슬프면서도 힘이 있겠는가? 그건 사람이 만든 노래가 아닌 초원이 만들어준 노래이기 때문이다.
유목민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것
유목민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는 풀도 없고 가축들이 새끼 낳는 봄이다. 유목민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조드'이다. '조드'는 '극심한 가뭄과 한파'를 의미하며 2010년 몽골에 조드가 닥쳐 1032만 마리의 동물이 얼어 죽기도 했다.
'조드'로 가축을 잃어버린 유목민들은 낭인이 되어 수도인 울란바타르로 모여들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도시에서 안락한 환경을 맛본 젊은이들은 힘든 환경인 시골로 되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 모기씨 동생이 선택한 겨울목초지로 조그만 언덕이 바람을 막아주고 일조량이 많은 곳에 있었다. 겨울이 우리보다 일찍 다가오는 모기씨 동생이 기르는 가축들은 지금쯤 이곳으로 이동하지 않았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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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축들에게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먹이는 유목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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