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픽션의 형식으로 쓴 미래 세대의 경고장

이학후 2022. 11. 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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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이 멸종한 2054년.

 진실을 찾는 여정에 오른 벤과 피니는 외딴 곳에 위치한 '방주'에서 만난 과학자, 철학자, 환경운동가 등(빔 벤더스도 과학자 중 한 명으로 등장한다) 전문가들로부터 20세기부터 2054년까지 세상이 어떻게 바뀌며 동물들이 멸종하고 자연환경이 변했게 되었는지를 기록 영상과 이야기를 통해 보고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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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에브리띵 윌 체인지>

[이학후 기자]

▲ <에브리띵 윌 체인지> 영화 포스터
ⓒ (주)안다미로
모든 동물이 멸종한 2054년. 벤(노아 자베드라 분), 피니(폴 G. 레이먼드 분), 체리(제사민 블리스 벨 분)는 오래된 물건을 파는 가게에서 비치보이스의 LP를 살펴보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적도, 들은 바도 없는 동물 '기린'이 찍힌 사진을 접하게 된다. 연세가 지긋한 가게 주인으로부터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동물들이 인간들과 공존했다는 사실을 들은 세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동물들이 자취를 감춰 버린 건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빔 벤더스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베르너 헤어초크와 함께 독일의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로 유명하다. 그는 <파리, 텍사스>(1984), <베를린 천사의 시>(1987) 등에서 독일 사회의 문제를 시공간과 내러티브를 해체하는 형식으로 담았다. 빔 벤더스가 제작을 맡은 영화 <에브리띵 윌 체인지>(2021)는 환경 문제와 동물 이슈를 공상과학적 상상력으로 그린 작품이다. 

연출은 2012년 다큐멘터리 영화 <디스 에인트 캘리포니아>로 제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라 라벨유럽인상을 수상한 바 있는 마튼 페지엘 감독이 맡았다. 환경운동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을 야생동물과 가까운 곳에서 보냈다고 하는 마튼 페지엘 감독은 매일 수백 종의 생물이 사라져 가는 상황이 결코 허구가 아님을 알리기 위해 <에브리띵 윌 체인지>를 만들게 되었다고 밝힌다. 

전작 <디스 에인트 캘리포니아>에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다큐픽션'을 활용한 바 있는 마튼 페지엘 감독은 <에브리띵 윌 체인지>에서도 아카이브 자료나 인터뷰 같은 다큐멘터리 요소에 SF, 애니메이션, 로드 무비, 심지어 챕터별로 나눠진 동화와 화자를 통해 들려주는 구조까지 극영화의 다양한 방식들을 영리하게 혼합한다. 그는 "장르적으로 많은 일이 벌어지는" 구성을 취한 까닭을 "사람들이 이 문제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지구대멸종을 알리는 방송을 틀자 시청자들이 바로 채널을 돌려버리는 영화 속 상황을 피하기 위함이다. 
 
▲ <에브리띵 윌 체인지> 영화의 한 장면
ⓒ (주)안다미로
 
진실을 찾는 여정에 오른 벤과 피니는 외딴 곳에 위치한 '방주'에서 만난 과학자, 철학자, 환경운동가 등(빔 벤더스도 과학자 중 한 명으로 등장한다) 전문가들로부터 20세기부터 2054년까지 세상이 어떻게 바뀌며 동물들이 멸종하고 자연환경이 변했게 되었는지를 기록 영상과 이야기를 통해 보고 듣는다. 

영화는 그런 과정을 통해 영화 속 사람들에겐 이미 '지나간' 시간이나 우리에겐 곧 '다가올' 미래를 예언하고 2020년 현재 지구가 얼마나 심각한 위험에 처했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지구가 아픈 원인은 인간의 욕심과 무관심 때문이었다고 경고한다. 극 초반부에 화자는 인류가 저지른 실수를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표현한다.

"불꽃이 손짓해. 남은 게 많으니 이리 오라고. 그렇게 어리석은 불을 따라가 깊고 깊은 수렁에 빠져 다시는 헤어 나오지 못했어."
 
▲ <에브리띵 윌 체인지> 영화의 한 장면
ⓒ (주)안다미로
 
영화는 도시 밖에 위치한 방주에 머무는 사람들이 있고 인터넷상에 멸종과 관련한 어떤 자료도 없다는 식으로 설정만 던질 뿐 2054년이 정확히 어떤 사회인지 제대로 묘사하질 않아 허구의 이야기가 빈약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장르를 다양하게 혼합하여 창의적으로 접근한 시도는 무척 참신하다. 사실과 허구의 콜라주뿐만 아니라 인공적이고 어두운 미래와 자연스럽고 밝은 현재를 대비한 이미지 구성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에브리띵 윌 체인지>는 미래와 과거를 암흑기나 황금기로 규정하는 건 우리가 사는 현재에 달려 있으니 상황을 직시한 다음 올바른 선택을 내리고 당장 실천하길 간곡히 호소한다.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간에 한 가지는 확실하다. "모든 건 변할 것이다(Everything will change). 그리고 선택의 갈림길에 선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2054년을 사는 젊은 세대가 오늘날 우리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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