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가계대출 늘어나는 기업대출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계속된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기업대출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발표한 '10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000억원 감소했다. 10월에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역대 처음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작년 12월 이후 줄곧 감소하다가 4∼6월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후 7월(-3000억원), 8월(3000억원), 9월(-1조3000억원)까지 늘고 줄기를 반복하다 10월(-6000억원) 2개월 연속 줄었다.

가계대출 중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94조8000억원)은 한 달 사이 1조3000억원 늘었다. 이중 2000억원은 전세자금 대출 증가분이었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262조8000억원)은 1조9000억원 줄었다. 10월 기준 첫 감소일 뿐 아니라 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올해 1~10월 전체 가계대출은 1조8000억원이 감소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말에는 연간 기준으로 처음으로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계대출의 감소세가 이어지는 반면 기업대출은 10개월째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은행의 기업 원화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169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7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10월 기준으로 2009년 6월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컸다. 대기업대출이 9조3000억원 증가하며 10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이다. 중소기업대출도 개인사업자 대출 1000억원을 포함해 4조4000억원 늘었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위축되면서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은행권 대출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2%로 전월 5.4%에서 소폭 하락하며 2021년 이후 하락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가계대출 증가율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나 하락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총대출증가율은 5%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