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인물]야시르 알루마얀, 사우디 왕가의 '금고지기'
17일 방한 예정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는 든든한 우군이 있다. 지난 10여년에 걸쳐 사우디 재계의 여러 요직을 거치며 핵심 인사로 떠오른 야시르 알루마얀이다. 세계 최대 석유 기업 사우디 아람코, 빈 살만 왕세자의 경제 비전이 담긴 국부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그는 사실상 현 왕가의 '금고지기'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빈 살만 왕세자의 경제 브레인, 韓-사우디 통상 회담도 빠짐 없이 등장
빈 살만 왕세자의 최측근 중 한명으로 알려진 그는 사우디 국영 경제개발 정책의 중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 살만 왕세자가 기업 공개(IPO)를 추진한 국영 석유 기업 사우디 아람코의 대표이사 회장이며, 사우디 공공투자기금(public investment fund·PIF) 회장직도 맡고 있다.
과거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의존도 탈피, 산업 다각화'를 앞세우며 추진했던 '비전 2030'의 핵심이 PIF인 것을 고려하면, 알루마얀은 현재 사우디 왕실 경제 전략의 사령탑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사우디의 투자 및 통상 회담에서도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지난 1월 사우디 순방에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 다음으로 접견한 인사가 알루마얀이었다. 알루마얀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때 외교사절로 방한했고, 이달 4~9일에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네옴(NEOM) 프로젝트·그린 에너지 개발·모빌리티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17일 예정된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일정에도 다양한 경제 협력 안건이 준비된 만큼, 알루마얀이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아람코 IPO 이끌어 국책 기금 조성…'비전 2030' 드라이브 맡아1970년 사우디 중북부의 도시 부라이다 출생인 그는 명문 국립대학교인 파이살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일반 경영학을 공부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사우디 홀란디 은행(현 알라왈 은행)에서 경력을 시작, 국제 브로커 부문 수장직까지 올랐다. 2004년에는 사우디 자본시장 규제처를 설립하는 데 초석을 닦으며 정부 기관과 연을 맺었고, 사우디의 유명 투자은행 '프란시 캐피탈'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알루마얀은 2017년 사우디의 국영 에너지 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석유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회장직을 수락했다. 또 그는 2년 뒤 빈 살만 왕세자가 아람코의 IPO를 추진할 때, 물밑에서 모든 실무를 담당했다.
아람코 IPO는 빈 살만 왕세자가 그리는 국가 개발 전략의 첫걸음이었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6년 사우디 왕위계승 1순위로 책봉됐을 때 '사우디 비전 2030'을 내세운 바 있다. 이 계획은 국영 기업의 비공개 주식을 공개 시장에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공공 기금을 조성, 첨단 산업과 친환경 에너지, 차세대 인프라 투자를 이끌어 사우디를 산업 선진국 반열로 끌어올린다는 것이었다.
실제 아람코 상장으로 확충한 자금은 대부분 PIF에 재투자돼 대규모 사업을 벌일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PIF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와 투자금을 공동 출자, 1000억달러(약 134조원)에 육박하는 '사우디 산업개발기금'을 조성했다.
이 과정을 이끈 알루마얀은 현재 PIF, 산업개발기금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공동 투자자 관계인 소프트뱅크 이사회에도 참여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랍권 지역 언론들이 알루마얀을 "사우디 최고 권력을 가진 사업가", "왕세자의 측근(close aide)"라 일컫는 이유다.
장관직 뛰어넘는 권력 가진 '파워 관료' 면모도
사우디 국가 전략의 모든 방면에서 활약하는 인물임에도, 알루마얀은 공식적으로 정계에 진출하지 않았다. 그는 2016년부터 국왕이 이끄는 내각의 사무총장 겸 조언가 역을 맡고 있을 뿐, 실제 장관으로 임명된 적은 없다.
이 같은 형태의 권력 구조는 서구 인권 단체 및 언론들 사이에서 우려를 사기도 한다. 일례로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해 캐나다 민사 법원에 제출된 증거 서한을 인용, 알루마얀이 2017년 빈 살만 왕세자를 대신해 사우디의 '반부패 드라이브'를 담당하며 왕족 자산을 몰수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우디 수사당국은 왕족을 포함한 일부 엘리트 계층에 대해 대대적인 부패 수사를 벌인 바 있는데, 구금됐던 왕족들은 석방 대가로 정부에 막대한 보석금을 지불했다. 이때 정부가 엘리트층으로부터 거둬들인 자산은 사우디의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범수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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