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 살아남기… "가치 입증 위한 BM 있어야 한다"

이춘희 2022. 11.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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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JNP메디 커넥트 2022'에서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최근 글로벌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자금 경색을 겪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잘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사업 모델(BM)과 함께 확실한 투자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JNP메디 커넥트 2022'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VC 투자 키워드'를 주제로 투자를 하기 위한, 동시에 투자를 받기 위한 전략에 대한 의견들이 나왔다.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는 "헬스케어 사업은 제품을 쓰는 사람(환자), 쓰는 걸 결정하는 사람(의사), 돈 대는 사람(보험)이 다 다르다"며 "셋 다 만족시켜야 하는 정말 까다롭고 힘든 사업"이라며 BM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공적 사업을 위해서는 결국 의사와 보험을 만족시켜야 하는 만큼 "결국 최종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국가 암 검진 등의 사례를 들면서 "같은 기술을 개발해도 어느 단계에 어느 환자를 대상으로 쓰는지가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수가 인정 등을 위한 가치 입증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가치를 수월하게 입증해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로 기존 검사를 보완해 낸 '하트플로우(HeartFlow)'와 기존의 스크리닝을 효율화해낸 'IDx-DR'을 예로 들었다.

하트플로우의 AI를 통한 동맥 혈류 예측 기술 (사진제공=하트플로우)

하트플로우는 인공지능(AI)으로 협심증 등 관상동맥 질환을 진단한다. 이 질환에 대해 가장 확실한 검사는 '관상동맥조영술'이지만 고비용에 위험성도 높은 검사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많은 경우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혈관이 좁아졌는지 여부를 판단하지만 실제로 이로 인해 혈류에 문제가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하트플로우에 CT 이미지를 넣으면 하트플로우가 혈류 수준을 알려주기 때문에 CT만으로도 이를 모두 알 수 있게 됐다.

김 상무는 "관상동맥조영술은 꼭 필요한 검사이지만 쓸데없이 하는 환자가 많다는 것 같은 고민이 있었던 검사였다"며 "하트플로우의 판독 정확도가 문제가 아니고, 쓸데없이 비싸고 위험한 검사를 많이 안 해도 된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하트플로우 측도 혈류계산 정확도를 80% 정도로 계산하고 있다. 김 상무는 "보험 입장에서는 비싼 검사를 안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수가가 준다는 계산을 하게 된다"며 "이를 토대로 아직 임시이지만 미국 공보험인 메디케어에서 수가를 받았고, 영국과 일본에서도 보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IDx-DR은 효능이 높음에도 잘 이뤄지지 않던 망막 진단을 AI가 대행하는 기술이다. 김 상무는 IDx-DR이 "거의 모든 AI 기술이 '의사를 도와서'라고 하는 데 비해 이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IDx-DR는 당뇨병의 주요 합병증인 당뇨 망막병증(DR, Diabetic Retinopathy)을 진단한다. 당뇨 환자는 DR 발병 여부 확인을 위해 매년 망막 사진을 찍어야 한다. 하지만 당뇨를 진단하는 내과 등이 아닌 안과를 별도로 방문해 진단받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당뇨 환자들이 망막 사진 촬영을 제대로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 상무는 "안과에 설치할 필요 없이 당뇨 환자들이 약을 받으러 오는 내과에 IDx-DR을 설치하고 망막 검사를 받게 하면 된다"며 "가치가 입증됐음에도 환자들이 잘 하지 않던 검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가치의 입증이 쉬워진다"며 "미국에서 수가를 받은 AI 대부분이 임시 수가를 받았지만 IDx-DR은 가치 입증이 간단해 정식 수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JNP메디 커넥트 2022'에서 박계훈 아주IB투자 본부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이 같은 사업 모델과 함께 구체적인 투자 유치 전략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바이오 투자환경 변화와 바이오 스타트업 펀드레이징 전략'에 대한 발표를 맡은 박계훈 아주IB투자 본부장은 "최근 세계적으로 벤처투자 규모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며 "2분기의 벤처 펀딩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새로운 모달리티(의료 접근법)에 집중되고 있고, 다들 디스커버리 플랫폼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최근의 바이오 업계 투자 상황을 분석했다. 국내 시장 역시 "후기단계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고, 공모 시장도 해외 여파로 많이 둔화하고 있다"면서도 "최근의 바이오 섹터를 보면 나스닥은 2분기를 바닥으로 점차 상승하고 있고, 코스닥 역시 바닥을 다지고 올라가는 중이라고 본다"며 희망 섞인 분석을 제시했다.

박 본부장은 이에 따른 바이오테크나 스타트업들의 펀딩 전략 면에서는 "최근 새로운 리스크들이 등장하고, 투자자들의 관점도 변화하면서 새로운 잣대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투자 없이 얼마나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런웨이' 확보를 하는 동시에 적절한 밸류에이션과 세분된 마일스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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