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금리에 '휘청거리는 中企'

김종화 2022. 11.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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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대출금리 5%↑ 9년來 최고…"버텨 보려는데 힘이 든다"
빅스텝 지속 "유망 中企 흑자 도산 않게 다양한 방식 자금 지원해야"
한 중소기업에서 기술자가 용접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그래픽=이영우 기자]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곽민재 기자] 경기 화성시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PC용 초박형 도광판, 복합기 주변기기 제품 등의 사출 금형 기업을 운영 중인 박종우 씨(67)는 지난주 운영자금 2억원을 대출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대출 상담을 받고 되돌아왔다. "지금 3%대 초반의 금리로 빌린 5억원을 갚고 있는데, 7%까지 올라 지난달에 292만원을 이자로 냈다. 추가로 대출받으려면 금리가 8%를 넘는다고 해서 결정을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금형의 재질로 사용하는 특수강의 가격이 불과 1년 새 50% 정도 올랐고, 플라스틱 재료도 40%가량 인상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 작년에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계획과 달리 원가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서 운영자금이 필요해 추가로 대출 신청을 했다. "은행에서 요구하는 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기존 대출과 신규 대출을 합쳐 매월 430만원 정도 될 것 같다. 조금만 더 보태면 직원 2명을 고용할 수 있는 돈이다. 은행 두 군데를 더 가봤는데 담보를 요구하는 곳도 있더라. 금리가 올랐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1년 전만 해도 3.2% 금리로 빌린 5억원에 대한 이자로 134만원을 지출했지만, 2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으면 3배의 이자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박 대표는 "금리가 높지만, 대출은 받을 생각이다. 내년에는 수출도 예정돼 다시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하는데 참 힘들다"고 털어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24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에서 3.5%로 올릴 가능성이 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6%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버틸 여력이 있겠지만,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내년 이후에는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도산 위기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할 경우 망하지 않고 사업전환을 할 수 있도록 재도약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선방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흑자 도산하지 않도록 혁신기업에 대한 민간과 정부 차원의 다양한 자금 지원을 통해 흑자 도산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시흥시 시화공단에 위치한 자동차 선루프와 엔진덮개, 배터리 커버 등을 생산하는 기업을 운영 중인 정민기 씨(62)는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은 작년보다 50%가량 줄었고, 원자잿값도 40% 정도 인상됐는데 영업이익은 3년째 적자다. "글로벌 자동차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는 상황에 이제 생산을 조금 늘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내년에 더 힘들다는 데 정말 그렇게 되면 버틸 자신이 없다."

정 대표는 6년 전 6억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대출이자가 2.9%였는데 지금은 6%를 훌쩍 넘기면서 매월 150만원씩 들어가던 이자는 300만원으로 두 배가 됐다. 인건비와 전기료 등도 올라서 매월 지출 비용도 1년 전보다 딱 두 배 늘었다. 버는 돈은 절반인데 나가는 돈은 두 배가 된 셈이다. 제품은 대기업에서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고, 납품 수량도 절반 가까이 줄어 만들수록 손해지만 그나마 거래가 유지되기 만을 바란다. 거래처마저 떨어지면 그때는 진짜 공장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린다는 데 걱정이 태산이다. 정 대표는 "대출을 받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받는 게 유리하다는 은행 직원의 말이 떠올라 내일이라도 은행에 가서 대출을 신청하려고 한다.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불황으로 대출을 받아서라도 공장은 운영해야 하지만,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부담은 더 가중되는 것이다.

한편,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코로나 사태 등을 거치면서 체력이 바닥나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은 948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5조2000억원 늘어났다. 코로나 이전 2019년 12월과 비교하면 231조500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도 1000억원이 늘어 44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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