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보 걷고 별 보며 꿀잠, 이맛에 백패킹하나 [액션트래블]
백패킹(Backpacking). 1박 이상 야영할 짐을 갖추고 떠나는 여행을 말한다. 도보여행과 캠핑을 모두 체험할 수 있어서 '아웃도어 레저의 꽃'이라 한다. 한 번 쯤 도전해보고 싶지만 장비가 많이 필요하고 장소도 마땅치 않아 막막하다. 마침 경북 안동에서 백패킹 행사 '아트 워크 트레일(Art walk trail)'이 있어서 10월 29~30일 참가해봤다.
아트 워크 트레일은 취미로 백패킹을 즐기던 권우창(43)씨가 기획했다. 지역의 걷기 길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과 백패킹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선비순례길'을 활용해 1박 2일 동안 20~30㎞ 걷고 펜션 마당이나 사유지를 빌려서 합법적으로 야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권 씨는 "선비순례길은 그냥 걸어도 좋지만 백패킹을 하면 별을 보고 새벽 공기도 느낄 수 있어 훨씬 매력적"이라며 "올가을 세 차례 행사 신청이 금세 마감됐는데 내년에는 회차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참가한 1회 차에는 15명이 함께했다. 안동이나 인근 경북 지역뿐 아니라 수도권 참가자도 많았다. 연령대는 20~40대로 다양했다. 출발지는 국학진흥원. 영지산(443m)을 오르고 도산서원, 퇴계종택, 이육사문학관을 지나 낙동강 변 펜션 마당에서 야영을 했다. 백패킹 경험이 많은 참가자들은 10㎏ 미만으로 짐을 꾸려 걸음이 가벼웠으나 기자는 14㎏ 무게의 배낭 탓에 체력 소모가 심했다. 그래도 걸음걸음 무르익은 가을 풍광에 감탄이 멈추지 않았다. 식사는 불을 안 쓰는 '비화식'으로 해결했다. 주최 측이 준비한 안동소주레몬칵테일과 안동사과주스, 버버리찰떡도 별미였다.
유난히 하늘이 깨끗했던 밤, 은하수를 보고 침낭에 파묻혀 꿀잠을 잤다. 이튿날에는 맹개마을과 농암종택, 고산정을 구경하고 행사를 마쳤다. 이틀간 약 25㎞를 걸었다. 첫날 3만 보, 이튿날 1만5000보를 기록했다. 군장 메고 하염없이 걷던 군 시절이 생각났다. 그래도 별 보며 잠든 밤을 잊을 수 없다. 비슷한 관심을 가진 이들과 '만추의 안동'을 걸은 경험도 특별했다. 이 맛에 귀찮고 힘들어도 또 짐을 싸서 길을 나서는 것일 테다.
안동=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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