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반려묘 백신, ‘셀프 접종’ 못 한다

한성주 2022. 11.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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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 확대… 13일부터 수의사 처방 반드시 거쳐야
반려동물에게 직접 예방접종을 하는 자가진료 행위에 대한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네이버 검색 갈무리

약국에서 동물의 보호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는 동물용 의약품이 축소된다. 불법적인 자가진료 행위를 방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13일부터 약국에서 모든 성분의 동물용 항생제, 항균제를 수의사 처방전이 없으면 구매할 수 없다. 반려견 4종 백신(DHPPi), 반려묘 3종 백신(FVRCP), 반려묘 광경병 백신 등도 수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다. 수의사처방제가 확대 시행되면서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수의사처방제는 동물용 의약품이 일반적인 사람용 의약품 관리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오남용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동물 보호자가 동물을 섣불리 자가진료·치료하지 못하도록 하는 동물복지 취지도 있다.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은 꾸준히 확대됐다. 앞서 2018년에는 반려견 5종 백신(DHPPL), 반려묘 4종 백신 및 5종 백신이 지정됐다. 반려견 4종 백신과 반려묘 3종 백신은 이미 지난해부터 처방대상으로 지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1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13일부터 지정의 효력이 전격 적용됐다. 이로써 반려견과 반려묘에 접종하는 백신이 모두 처방대상으로 포함됐다.

그동안 동물병원 진료비를 절약한다는 목적으로 동물용 의약품을 임의로 구매하고 반려동물을 자가진료 하는 사례를 차단할 방법이 없었다. 앞서 2017년부터 법이 개정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 행위가 금지됐다. 수의사법 제 10조는 ‘수의사가 아니면 동물을 진료할 수 없다’고 명시해, 자신이 소유한 반려동물도 무면허 진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도 있다.

하지만 정작 약국에서는 반려견·반려묘 백신을 구매할 수 있었다. 동물 보호자가 자의적 판단으로 직접 백신을 반려동물에게 주사하는 행위는 수의사법으로 금지됐지만, 약국에서 동물용 백신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상황이다. 동물병원이 아닌, 반려동물 용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펫샵’에서 불법적인 동물 진료와 접종이 이뤄지는 사례도 막기 어려웠다. 반려동물 자가진료 행위를 금지한 법이 무용지물로 남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최근까지도 인터넷 상에는 반려견 백신이 저렴한 동물약국 정보를 알려주는 게시글이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 공유됐다. 반려견 4종 백신의 경우 약국에서 6000원 내외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동물병원에서는 3만원 가량의 진료 및 접종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이에 여러마리의 반려견을 보호하는 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자가접종을 시도하는 경우가 흔했다. 

반려동물 자가진료 행위를 부추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약국 블로그는 ‘13일부터는 살 수 없다’며 ‘그 전에 미리 구비해 두자’는 등 자가접종을 위한 백신을 미리 구입할 것을 홍보하는 글을 게시했다. ‘가정에서 주사 맞히기 가능해요’, ‘강아지 셀프접종’ 등의 제목으로 직접 구매한 백신을 반려견에게 접종하는 영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앞으로 반려견·반려묘 백신은 동물병원에 내원, 수의사의 진료를 거쳐야만 처방 및 접종이 진행된다. 동물 보호자가 임의로 백신을 구입해 접종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동물의료계는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 확대를 필수불가결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반려동물 자가진료는 동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며 “수의사회도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와 강아지 등 반려동물은 아무리 자기 소유라고 해도 직접 주사기를 사용해 약물을 주입하거나 상처를 꿰매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앞으로 반려동물에게 백신을 임의로 접종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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