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안전에 관한 브랜드 스탠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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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기획할 때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호텔들은 브랜드 스탠더드 안전 관련 항목을 가장 철저하게 관리한다.
글로벌 호텔 운영사들의 안전 관련 가이드라인의 기준은 뭘까.
호텔 하나를 만들 때도 만약의 사고에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대비하는데 수많은 사람이 몰릴 것으로 이미 예상했던 그날의 대비는 왜 그렇게 허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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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기획할 때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 제아무리 최고급을 자랑해도 뜻밖의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면 끝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호텔들은 브랜드 스탠더드 안전 관련 항목을 가장 철저하게 관리한다. 기획 및 진행 과정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반론을 제기하는 국내 호텔 오너들이 없지 않다.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글로벌 호텔 운영사들의 안전 관련 가이드라인의 기준은 뭘까. 본사가 어느 나라에 있든 전 세계 곳곳에 호텔이 있으니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미국 화재예방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NFPA) 규정에 따른다. 만약 호텔이 있는 나라의 규정이 더 엄격하다면 그걸 기준으로 삼는다.
호텔에서 사람들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일까. 연회장이다. 때문에 위험 방지를 위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심사숙고한다. 동시 수용 인원이 500명 미만이면 출구는 2개, 501명부터 1000명이라면 3개, 1000명 이상이면 4개를 적어도 두어야 한다. 위치 배치에도 원칙이 있다. 출구끼리의 이격 거리는 전체 연회장 대각선 길이의 3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어디에 있더라도 분산 탈출이 가능하도록 계산된 것이다.
연회장이 속한 층 전체가 안전사고 대비 대상이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 군중 밀도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연회장이 속한 층의 모든 공간 면적을 바탕으로 재실자 수(occupancy load)를 계산해 한 층의 수용 가능한 인원수를 파악한다. 여기에 연결되는 비상계단의 수와 계단 넓이를 근거로 모든 비상계단의 수용 가능 재실자 수를 계산한다. 이 두 개의 수치를 놓고 만약 비상계단 재실자 수가 연회장 층 재실자 수보다 적다면 연회장 공간을 줄이거나 비상계단을 늘리는 쪽으로 어떻게든 설계를 변경한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 군중 밀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다. 어떤 경우에도 협상 불가의 원칙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비상계단으로 탈출해 1층에 도착하면 무조건 50%는 외부로 바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외부 출구까지는 두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방화벽이 설치된 복도로 연결시켜야 한다.
재실자 수 계산법 근거는 NFPA 규정이다. 이 규정의 101조에 따르면 밀집도 높은 연회장이나 회의장은 1인당 0.65㎡가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 당시 밀집도는 1㎡에 12명이었다고 한다. 얼마나 끔찍한 상황이었는지 알 수 있다. 호텔 하나를 만들 때도 만약의 사고에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대비하는데 수많은 사람이 몰릴 것으로 이미 예상했던 그날의 대비는 왜 그렇게 허술했을까.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 만약의 상황을 끊임없이 염두에 두고 미련하게 고집스럽게 대비해야만 안전은 지킬 수 있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철저한 대비만이 유일한 방안이다. 그걸 간과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 우리 모두 먹먹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이경 폴라리스어드바이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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