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 직딩 심금 울리는 디자인 팀의 정체

2022. 11. 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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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베러웍스는 단순히 굿즈를 생산하고 외주 작업을 하는 디자인팀이 아니다. ‘ASAP’의 새로운 의미를 정의하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고 외쳐 ‘직딩’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물론, 생업에 대한 동기부여와 효율적이고 재미있게 일하는 방식 그 자체를 디자인하는 크리에이티브팀이다.
「 모베러웍스 소호·대오·모춘 」
발급받고 싶은 신용카드, 사고 싶은 굿즈, 가고 싶은 팝업 스토어를 만드는 이 시대의 힙스터이자 디자인팀. 언제나 일하기 싫은 어른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이야기꾼이고 싶다.

Q : ‘모베러웍스’ 하면 유튜브 채널 〈MoTV〉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정확히 무얼 하는 팀이고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A : 대오 2019년 11월 11일에 ‘모베러웍스’를 론칭하며 유튜브 채널부터 개설한 것은 맞다. 여기 있는 소호와 모춘이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퇴사하고는 모베러웍스를 만들었다.

A : 모춘 퇴사하고 브랜드 론칭한 스토리가 3가지 버전 정도 있다. 근데 다 필요 없고 가장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퇴사하고 포트폴리오 정리하기가 귀찮아서 영상으로 담은 게 시작이었다.(웃음) 〈MoTV〉 초반에는 동종 업계 관계자분들이 관심을 가지며 입소문을 탔다. 우리를 보며 동질감을 느꼈나 보다.

A : 대오 모베러웍스는 스테이셔너리부터 리빙 제품, 의류 등 제품을 통해 일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크리에이티브팀이다. 자체 프로젝트 진행, 굿즈 제작뿐만 아니라 외주 작업도 많이 한다.

Q : 소호, 대오, 모춘은 어떤 인연으로 처음 만나 팀을 꾸리게 되었나?

A : 대오 라인프렌즈에서 같은 팀으로 5년 정도 동고동락했다. 소호와 모춘이 먼저 퇴사하고 나는 카카오페이로 이직한 상태였다.

A : 모춘 소호와 먼저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IP나 로고 디자인 등 모베러웍스 브랜딩하는 모습을 리얼하게 담았다. 유튜브 채널이 입소문을 타고 외주 일이 조금씩 들어오다 보니 일손이 모자랐다. 곧바로 일 잘하는 대오를 떠올렸다.

Q : 모춘에게 어떤 감언이설을 들었길래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나?

A : 대오 사실 전혀 달콤하지 않았다.(웃음) 근데 워낙 둘의 상황을 알고 있으니까….

A : 모춘 대오에게 합류하라는 제안을 하러 갔을 때 어떤 상황이었냐면 외주 미팅을 3~4개 끝내고 밤 11시쯤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바로 대오에게 연락하고 소호와 집 앞으로 찾아갔다. 그때가 밤 12시였다. 거절당해도 너무 상처받지 말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갔는데… 고맙게도 그날 바로 합류하겠다고 결정해줬다.

모베러웍스 IP.

Q : 삼고초려도 없이 일이 잘 풀렸다.

A : 소호 3초 고려하던데.(웃음)

A : 대오 맞다. 내가 3초 고려했다.(웃음) 사실 처음에는 일이 너무 잘된다고 자랑하러 오는 줄 알았다. 뭐 얼마나 좋은 계약을 따냈길래 이 시간에 자랑을 하러 오나 싶었다. 일단 힘들어서 찾아왔다는 것이 의외였고, 셋이 성격 잘 맞는 거 너무 잘 아니까 결정 내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A : 모춘 당시 대오가 다니고 있던 회사가 워낙 큰 기업이었고, 거기서도 잘하고 있어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다. 가볍게 꼬시러 간 거였는데 오히려 우리가 놀랐다.

Q :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는 카피를 자주 쓴다. 그런데 세 분은 엄청난 워커홀릭이고 돈도 잘 벌지 않느냐. 약간 기만이다.

A : 모춘 일을 엄청 많이 하는 것은 맞다.(웃음) 우리가 사회에 나오면 하루의 절반 이상을 출퇴근하고 일하는 데에 쓴다. 그 시간이 너무 괴로우면 삶이 힘들 것 같다.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을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그런 카피를 쓰기 시작했다.

A : 소호 이왕 일하는 거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재밌게. 그런 순수한 동기가 있었다. 일을 하며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삶에서 떼어놓을 수도 없고. 그런 아이러니 자체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A : 대오 사실 우리는 많이 일하고 적게 번다. 재미있게 일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지향하는 부분이다. 모베러웍스에 합류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지루하거나 재미없으면 내가 못 버티더라.

Q : 절대 연봉을 좇지는 않았다는 말인가?

A : 대오 같이 좇았다.(웃음)

A : 모춘 아, 대오는 연봉 협상 왕이다.

A : 대오 주변 친구들한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팁을 좀 드리자면 이직할 때 한 군데에만 매달리지 말고 항상 다른 옵션을 만들어놓고 시세(?)를 봐야 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연봉에 곱하기 1.5를 해서 불러라. 아, 이건 이직할 때만 유효한 팁이다. 내부에서 연봉 협상을 해 인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웃음)

Q : 제품을 통해 새로운 일의 방식을 제안한다. 어떤 방식으로 제안하나?

A : 대오 우리가 기획하고 디자인한 노트북 파우치를 예로 들고 싶다. 이름은 ‘P.T BAG’이다. 3억짜리 프로젝트를 따러 갔는데 놓고 온 젠더 하나 때문에 PT 상황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고안되었다. 노트북 파우치를 열면 5개의 체크리스트가 쓰여 있다. ‘명함 챙겼니?’부터 ‘노트북 배터리 충분하니?’까지 물어본다. 그리고 행운을 기원하는 ‘히든 포켓’도 존재한다. 그 안에 임의로 만들어둔 ‘피티 마스터 면허증’이 들어 있다. 피티 전에 한 번 꺼내보고 용기를 얻고 긴장을 풀라는 의미다.

A : 모춘 어떻게 보면 〈MoTV〉도 새로운 일의 방식을 제안하는 도구와 같다. 일하며 괴롭고 힘든 순간이나 우리는 항상 똑같은데 어쩔 때는 일을 잘하고 어쩔 때는 못하는 이런 기복까지 여과 없이 나간다.

A : 대오 신한카드와 협업했을 당시에도 의견이 안 맞는 부분에서 대립하는 장면들이 그대로 〈MoTV〉에 나갔다.

A : 모춘 꽤 괜찮은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어떤 멍청한 과정을 겪었는지, 초반 아이디어 스케치는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러프한 초안부터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빌드업돼가는 과정과 그 안에 스며 있는 스토리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A : 대오 리뷰 중에 ‘영상을 보고 있으니 일하고 싶다’는 댓글이 있었다. 우리의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쁘다.

〈프리워커스〉 책.

Q : 앞서 언급한 신한카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애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A : 대오 신한카드는 행운의 2달러를 모티브로 한 신용카드와 미국 베이스볼 카드를 모티브로 한 체크카드 등 2가지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아무래도 고객층이 두껍다 보니 호불호가 없고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것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A : 소호 1년 동안 5만 장이 발급됐다. 신한카드에서도 이례적인 일이었다더라. 그래서 얼마 전에 계약을 연장했다.

A : 모춘 식당 이모들이 그렇게 물어보신다. 이 카드 어디서 발급받느냐고. 전 국민이 아는 신한카드에서 우리 색을 완전히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영광이었다.

Q : 그렇다면 애착이 많이 가는 ‘아픈 손가락’ 같은 프로젝트도 있나?

A : 소호 슬프지만 작년 연말에 했던 우리의 마지막 팝업 행사다. 원래 1년에 한 번, 노동절에 팝업 행사를 하는데 작년에는 연말까지 2회를 진행했다. 사실 결과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아 준비 과정부터 좀 허덕였다.

A : 모춘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다. 1년에 2회 진행하는 것을 우리는 조금 어려워한다는 걸 느꼈다.

A : 소호 그때 팝업 장소가 백화점이었는데 DJ까지 불러 파티를 하고, 무리하게 제품을 많이 만들기도 했던 것이 조금은 과했나 생각한다. 그 팝업을 생각하면 조금 아프다. 선을 너무 많이 넘어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쉬어가자는 의미에서 행사를 하지 않고 다시 기를 모으고 있다.

Q : 외주 작업 중 기억에 남거나 신박했던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 소호 보통 외주 작업은 2가지로 나뉜다. 우리 브랜드의 IP나 아이덴티티, 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컬래버레이션 형태와 모베러웍스의 색깔을 완전히 빼고 파트너 브랜드의 톤&매너에 맞춰 디자인해주는 케이스. 어쨌든 우리가 완성한 결과물이 항상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문을 요구하는 클라이언트가 있었다.

A : 모춘 클라이언트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투입돼 우리의 생각은 어떤지 같이 고민하자는 식의 의뢰가 들어왔다. 단순히 아웃풋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자문하는 일들을 맡기셔서 굉장히 새로웠다.

A : 대오 LG전자였는데 디자인 없이 생각만 전달하는 일이라 생각보다 난도가 높았다. 특히나 LG는 대기업인데 우리처럼 작은 팀한테 생각을 묻는 걸 보고 정말로 세상이 바뀌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고객사에 빙의해 열심히 임하고 있다.

A : 소호 제품 열심히 팔고 있지만 우리의 캐치프라이즈는 늘 “메시지를 파는 팀”이었다. 진짜로 팔게 될 줄은 몰랐다.(웃음)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책도 쓰고 하다 보니 최근에는 그 책을 읽고 삼성에서도 인터널 메시지를 만드는 브랜딩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왔다.

모베러웍스 팝업 스토어 전경.

Q : 정확히 어떤 프로젝트였나?

A : 소호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는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우리의 제품 자체는 물론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나 메시지에 귀를 귀울여주는구나’ 하고 느꼈다.

A : 대오 주변 지인들이 우리 팀을 보며 어떻게 하면 너희 같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냐고 자주 묻곤 했는데 실제로 매니페스토 의뢰가 들어오는 게 신기했다. 사실 우리가 항상 그렇게 재밌게 일하지는 않는데 산출물들이 그렇게 보여지다 보니까 부담이 크기도 했다. 약간 역설적이기도 하고.

A : 모춘 그래서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나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주는 작업이 끝나면 살짝 ‘현타’가 올 때도 있다. ‘우리 지금 이렇게 하고 있긴 한가? 이거는 우리도 못 하고 있는 것 같은데’(웃음) 이렇게 반성도 하게 되고.

A : 소호 뜻밖의 반면교사를 얻는다.

Q : 모베러웍스의 사내 분위기는 어떤지도 궁금하다. 입구부터 눈에 띄는 탁구대와 스틸 소재의 데스크도 시선이 간다.

A : 소호 탁구를 좋아하는 팀원이 있어 사다 두었다. 저녁엔 탁구를 치고 점심엔 밥상으로 쓴다.(웃음)

A : 대오 스틸 소재의 데스크는… 힙하다고 하시는 분이 많은데 사실 팝업 매장에서 썼던 매대를 재활용했다. 가난하면 힙해지나 보다.(웃음)

Q :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려 노력하는 건가?

A : 소호 우리가 노력하는 건 아닌데 우리와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알아서 그런 분위기를 만든다. 사무실이 성수로 이사했을 때도 자리를 정하는데 당연하다는 듯 사다리를 타자고 하더라.(웃음) 사실 속으로 점 찍어둔 자리가 있었는데….

A : 모춘 나도 그랬다. 되게 앉고 싶은 자리가 있었는데 직원이 “아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라고 하더라.(웃음) 그때 꽝이 나와서 지금 사무실에서 내 자리가 가장 안 좋다.

A : 대오 나는 가장 좋은 자리가 나와서 불만이 없다.(웃음)

A : 모춘 남다른 사내 문화가 있다면 인재 채용 시 구인 구직 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브랜드에 대해 잘 아는 팀원이 오길 바라서 〈MoTV〉 혹은 공식 인스타그램에만 공고를 올린다.

A : 소호 사람인 같은 사이트에 한 번도 올려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허수가 없다.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친구들이 지원한다.

A : 대오 또 한 가지 놀랐던 것은 고학력자가 엄청 많다. ‘나라면 대기업 갔을 텐데’ 싶은 친구들.

A : 소호 확실히 기업의 네임 밸류보다는 재미나 동기를 위해 일하려는 친구들이 많아진 것 같다. 우리 팀과 뜻이 맞아 오히려 좋다.

Q : 제품에 디자인을 넘어 스토리와 메시지가 필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A : 소호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가 단순히 디자인이나 실용성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전달하는 응원과 메시지에 대한 공감과 지지가 아닐까.

A : 모춘 우리가 해외에 나가 그리 예쁘지도 않은 기념품을 잔뜩 사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디자인보다는 좋은 경험을 사는 것. 우리도 그런 기념품 같은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모베러웍스 팝업 스토어 현장.

Q : 유튜브에서 극장을 짓는 영상을 봤다. 스포를 더 해준다면?

A : 소호 내년에 완공을 목표로 하는 모베러웍스 플래그십 스토어다. 5월 1일 노동절에 오픈할 계획이다. 우리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스토리텔링의 힘을 믿는 디자인팀이기 때문에 ‘극장’ 콘셉트를 정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았다.

A : 모춘 그래서 직장인 다음으로 공략해보고 싶은 타깃층도 ‘영화광’이다.

Q : 몰랐다. 어떤 영화를 상영할 생각인가?

A : 소호 관객 30명이 입장할 수 있는 소규모 상영관이 있다. 상영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독립 영화보다는 대중적인 작품을 틀고 싶다. 배급사와 미팅을 앞두고 있는데 영화를 따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A : 대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날 명작을 틀고 싶다. 〈첨밀밀〉이나 주성치 시리즈.

A : 모춘 〈포레스트 검프〉처럼 듣자마자 누구나 “재밌다”고 할 수 있고, 누구든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하고 싶다.

Q : 최근에는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았나?

A : 모춘 요즘 달리기에 푹 빠져 있다. 실제로 영감도 많이 받았다. 일주일에 3번 정도 러닝을 하고 최근에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는데 광경이 놀라웠다. 알아서 천막도 세워놓고 동호회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떡도 돌려 먹고. 시키거나 주도하는 사람 하나 없이 ‘마라톤 대회’라는 판만 깔렸을 뿐인데 자발적으로 즐기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곳에서 우리가 원하던 극장의 모습을 찾은 것 같았다. 누구도 컨트롤하지 않지만 너무 정갈하고 재밌게 즐기는 모습.

A : 대오 예를 들어 요즘 핫하다는 팝업 스토어에 가면 시키는 게 굉장히 많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프로그램이 촘촘이 짜여 갑자기 다트를 던져보라 하고, 사진을 찍으라 하고, 뭘 써보라 하고….

A : 모춘 그런 프로그램이나 동선이 되게 탄탄하긴 하지만 소비자는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무언가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팀이다 보니 사람들이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촘촘함 그 자체로 극장 프로그램을 짰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오자마자 모두 들어냈다. 우리가 개입하지 않고도 사람들이 편안하게, 자발적으로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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