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초간 '이상민 어깨 툭툭' 그뒤…자진사퇴론은 더 커졌다
‘툭, 툭’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두 번 두들긴 뒤 동남아 순방길에 올랐다. 두 사람은 11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조우했다. 윤 대통령의 환송을 위해 이 장관이 먼저 나와 기다렸다. 오전 9시 27분쯤 윤 대통령이 탄 차량이 공항에 도착했다. 이 장관은 주먹을 쥔 양손을 허리에 바싹 붙이고 서 있었다. 윤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리자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건넸다. 평상시와 달리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이 장관의 어깨를 두드렸고 몇 마디 말을 건넸다. 그 뒤 도열해있던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주호영 원내대표와 악수를 한 뒤 전용기에 올랐다.
단 2초에 불과한 찰나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조우는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관련 보도만 수십 건이 쏟아졌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 장관의 거취에 대한 ‘윤심’의 향배를 가늠할 단서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제스처는 한 조간에서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전날 ‘정무적 책임’을 언급했다"며 이 장관의 경질 가능성을 제기한 시점에서 나와 시선을 끌었다.
김은혜 홍보수석도 전용기가 이륙하기 직전인 오전 9시 33분 이례적으로 신속한 서면 브리핑을 냈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윤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 언급은 철저한 진상 확인 뒤 권한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원론적 취지의 발언”이라며 이 장관 경질론에 우선은 선을 긋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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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과 李가 조우한 2초, 모두가 주목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의 2초 조우 이후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에선 오히려 자진사퇴론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법률상 책임이 정리가 되면 지휘 감독과 정치적 책임을 따질 시기가 오지 않겠느냐”며 “당장은 아닐지라도 이 장관의 거취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 대통령은 정무적 책임을 회피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참모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직접 경질하는 것 보다는 이 장관이 빠르면 윤 대통령의 순방 뒤, 또는 이달 말쯤 ‘이태원 참사’를 수습한 뒤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가 거론되고 있다.
수적으로 볼 때는 대통령실 내부에서 자진사퇴 불가피론과 불가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이지만, 윤 대통령과 가까운 여권 고위 관계자는 “경찰과 소방을 총괄하는 이 장관이 자진 사퇴하는 그림 없이 돌파구를 마련하긴 쉽지 않다. 윤 대통령에게도 결단의 시간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질론이나 사퇴론은 여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차기 당권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행정안전부는)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로 모든 책임을 지는 게 맞다”며 이 장관의 경질을 재차 요구했다. 역시 당권 주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SBS인터뷰에서 안 의원만큼 직설적이진 않았지만 “정치는 정치적 판단과 책임을 지는 것이니까 윤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를 잘 고려하실 것으로 본다”며 이 장관의 경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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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내 침묵하는 다수도…경질불가피론에 무게
일부 친윤 의원들이 경질 또는 사퇴론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침묵하는 다수 의원들의 속내는 그렇지 않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친윤계를 제외하고 이 장관을 감싸는 공개 발언이 적은 것은 그만큼 민심이 흉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 장관에겐 불리한 요소다. 11일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8일~10일 성인 1006명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0%, 부정 평가는 62%로 지난주 대비 각각 1%포인트씩 오르고 내렸다. 참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율에 큰 변화는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만 따로 물은 조사에선 정부의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적절하다는 평가는 20%에 불과했다. 부정 평가의 이유 1위(20%)로 ‘책임 회피와 꼬리 자르기’가 언급됐다. 이 장관의 거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내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의 이번주 지지율은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버팀목이 된 것 같다”며 “하락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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