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아세안 회의서 자유·평화·번영 '인태구상'으로 중국 견제

현일훈, 김하나 2022. 11. 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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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자유·평화·번영을 3대 키워드로 하는 인도-태평양(이하 인태) 전략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오후 동남아 순방 첫 방문지인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세안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기존 경제·문화 분야에서 외교·안보로 획기적으로 확대·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국제무대에서 자유와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해 온 윤 대통령이 이를 아세안 무대까지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동남아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위해 먼저 ‘보편가치에 기초한 규칙기반의 국제질서 강화’ 원칙을 제시했다. 또 “역내 국가들이 서로의 권익을 존중하고 공동의 이익을 모색해 나가는 조화로운 역내 질서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나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미국과 일본 등이 중국의 팽창주의적 지역 전략을 지적할 때 강조해온 표현이다. 따라서 직접 나라 이름을 지칭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공세적 부상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에 윤 대통령이 동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규칙에 기반해 분쟁과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이 지켜지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 비확산, 대테러, 해양·사이버·보건 안보 분야에서 역내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특화된 지역외교 전략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유럽 등과 달리 한국은 전임 문재인 정부까지 아세안에 특화된 전략을 발표하는 데 유보적인 태도였다. 대통령실은 “미·중 전략경쟁의 격전장인 동남아에서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한 자체가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별도 설명자료를 내고 “북한의 핵·미사일의 고도화 속도 및 규모를 감안할 때 북핵 문제는 국제사회에 대한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이 대립과 충돌이 아닌 평화와 공존의 길을 택할 수 있도록 아세안이 함께 노력해 주기를 윤 대통령이 당부했다”고 전했다.

4박6일 간의 동남아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공항에 도착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배웅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이날 처음 베일을 벗은 ’인태 전략’엔 경제 협력 구상도 담겼다. 윤 대통령은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겠다”며 이를 위한 경제 키워드로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언급했다.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임으로써 경제 안보를 강화하고 협력적, 포용적 경제·기술 생태계를 조성해 공동 번영을 달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공개로 전환된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들에게 “한국과 아세안의 공동 발전과 번영을 위해 한·아세안 FTA(자유무역협정)에 디지털 통상 협력을 포함시켜 업그레이드해 나가겠다”며 “아세안 측 수요가 높은 전기차, 배터리 및 디지털 분야에서의 협력을 적극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동남아 10개국이 참여한 아세안은 값싼 노동력을 가진 생산기지를 넘어서 거대한 기술력 향상을 기반으로 거대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기후 변화·디지털 격차·보건 분야의 적극적인 기여 외교 의지도 드러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포용·신뢰·호혜를 3대 협력 원칙으로 삼아 인도·태평양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4박6일 간의 동남아 순방을 위해 11일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을 대체할 ‘한·아세안 연대 구상’(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 KASI)도 제시했다. 2024년 한·아세안 관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제안 외에 한·아세안 외교당국 전략대화 활성화, 한·아세안 국방장관회의 개최, 아세안 연합훈련 적극 참여,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업그레이드 등 안보·통상·기후 및 환경을 비롯한 전방위 분야의 협력 강화 방안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한·아세안 협력기금과 한·메콩 협력기금 등의 증액 입장도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은 훈센 캄보디아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도 했다. 윤 대통령은 12일엔 아세안+3(한·중·일) 회의에 참석하고, 13일엔 동아시아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미·일 3자, 한·미 양자 정상회담을 한다.

프놈펜=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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