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배지' 달고 떠내려온 시신, 北 이례적 송환 무응답…왜
북한이 남쪽으로 떠내려온 북한 주민 추정 시신의 송환 절차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시신은 지난 7월 23일 임진강 군남댐 인근 수풀에서 발견됐는데, 상의에 김일성ㆍ김정일 부자의 배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이날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 사체 및 유류품을 17일 판문점에서 북측에 인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대한적십자사 회장 명의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하려 했다”며 “그러나 북측이 아직 통지문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전날 수사당국의 조사결과 해당 시신이 북한 주민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통보받고, 즉각 시신을 북한으로 송환하기로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에서 내국인의 DNA와 일치하는 경우가 확인되지 않았고, 특히 상의에 부착된 김일성 부자의 배지가 해당 시신이 북한 주민이라는 것을 판단한 근거가 됐다.
북한은 통상 시신에서 김일성 부자의 초상이 그려진 배지나 북한용 주민등록증인 공민증이 발견될 경우 북한 주민으로 인정하고 시신 송환에 응해왔다. 만약 북한이 이번엔 지금까지의 관례를 깨고 시신 송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자국민 시신의 송환을 거부한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부터 시행된 ‘북한 주민 사체 처리 지침’에 따라 시신이 북한 주민으로 확인되면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이를 통지한다. 북한 군인은 정전협정에 따라, 민간인은 북한의 의사를 가급적 반영해 처리한다. 만약 북한이 인수를 거부하고, 한국에 시신의 연고자도 찾을 수 없는 경우엔 발견된 지역의 무연고자 묘지에 안장된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통일부는 2010년 이후 북측에 북한 주민의 시신 총 23구를 인계했는데, 북측은 이 가운데 2017년 2구, 2019년 1구의 인도를 거부했던 적이 있다. 대부분 배지나 공민증 등 북한 주민임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물이 발견되지 않았던 경우다.
북한 주민들은 시신은 여름 홍수철에 남측으로 떠내려온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송환이 진행되는 시신이 발견됐던 지난 7월에도 4구의 북한 주민 추정 시신이 발견됐다. 송환 절차를 밟고 있는 1구를 제외한 나머지 3구의 시신은 생후 6개월 영아와 각각 3~7세, 7~8세로 추정된 어린이였다. 어린이들의 시신에서는 김일성 부자의 배지나 공민증 등이 발견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을 북한 주민으로 단정짓는 과정은 복잡하다.
어린이들의 경우 입고 있던 옷이나 한국 어린이들보다 대체로 부진한 발육 상태를 비롯해 생후 2개월 이내에 의무적으로 맞는 결핵예방접종(BCG) 등의 접종 여부 등이 판단 근거가 된다고 한다.
이효정 부대변인은 해당 어린이들의 시신과 관련해선 “현재까지 수사 기관으로부터 (북한 주민으로 결론 냈다는)통보를 받은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시신의 인계 의사를 밝히면 1~6일 정도 후에 답변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연일 노골적인 도발을 이어가는 등 현재의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됐고, 2020년 이후 지금까지 북한이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이번 시신 송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이 가장 최근 북한 주민의 시신을 남측으로부터 인계받은 건 2019년 11월 21일의 일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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