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우리나라가 축구의 발상지”라는데…

조홍석 삼성서울병원 커뮤니케이션팀장 2022. 11. 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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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전세계 축구 팬이 11월 20일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혹시 월드컵이 언제, 어떻게 시작된 건지 아시나요. 그건 한때 올림픽 종목에서 축구가 퇴출될 뻔한 사태에서 비롯된 거랍니다.

1888년 영국에서 프로축구 리그가 시작되면서 축구 인기는 세계로 확산됩니다. 이에 세계올림픽위원회(IOC)가 1900년 제2회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에 축구를 포함하지만 아마추어 선수만 출전토록 자격을 제한해 프로 선수들 불만이 많았답니다. 이에 각국 축구협회가 모여 1904년 FIFA를 창립하고 IOC에 자격 제한 폐지를 지속 요구하기 시작했죠. 그러던 중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우루과이가 우승하더니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도 2연속 금메달을 거머쥐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이렇게 투덜거렸죠. “프로 선수 출전을 허용했으면 상대도 안 될 남미 팀에 금메달을 빼앗겼다”고요. 더 이상 올림픽에 의존해서는 안 되겠다고 여긴 제3대 FIFA 회장 ‘줄 리메’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아마추어와 프로 선수가 모두 참여하는 FIFA 월드컵이 1930년 시작된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첫 월드컵은 유럽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갔어요. ‘프로 선수가 나오면 우승은 문제없다’고 입방정을 떨던 유럽 팀은 죄다 탈락하고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결승에서 만나 올림픽 2관왕 우루과이가 초대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현재까지도 남미 국가인 브라질이 최다 출전과 최다 우승국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죠.

▶ 中 “축국이 축구 시초”…삼국사기 기록 보면 현대 축구와 ‘딴판’

성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그래도 유럽은 ‘영국이 축구의 발상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중국이 한나라 기록에 나오는 ‘축국(蹴鞠)’이 축구의 원조라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냐고 해야 할 FIFA가 중국이 가진 미래 시장 가치를 염두에 두고 2004년, ‘축국이 원조’라고 덜컥 인정해버리면서 영국 속을 뒤집어놨어요.

여기에 새로이 이집트가 원조 논란에 합류합니다. 중국 한나라보다 더 오래된 2500년 전 린넨 천으로 만든 공을 발견해 연구한 결과, 풍요를 기원하는 축제 기간에 다양한 색깔의 공으로 축구와 비슷한 경기를 했으며 이게 그리스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됐다고 주장한 것이죠. 이에 중국은 “한나라 이전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상인이 축국을 이집트로 전파한 것”이라고 새로운 주장을 들고나옵니다.

난감한 상황에 남미도 슬쩍 숟가락을 올려봅니다. 아즈텍 제국 축제 기간에 두 부족이 공놀이를 해 지는 쪽이 제물로 바쳐진 ‘죽음의 공놀이’ 유적을 내세우며 “우리가 더 오래됐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죠. 중국인들은 또 반격했습니다. “명나라 정화 함대 중 일부가 페루 해안에 상륙한 걸로 추정되는 기록이 있는데, 그때 인디오들이 축국을 배워 간 것”이라는 신박한 논리를 내세웠죠. 아예 아즈텍 자체가 고대 중국인이 건너가 세운 문명이라는 주장도 꽤 진지하게 논의되는 실정입니다. 역시 중국은 스케일이 달라요. 그러니 어쩝니까. 문화 대국 대한민국이 나서 축국이 축구의 원조라는 중국 주장 자체가 ‘가리지날(가짜 오리지널)’임을 밝혀야지요. 우리 민족도 삼국사기에 김유신이 김춘추와 축국한 내용이 나오며 수천 년간 축국을 즐긴 나라인데요. 우리 기록으로는 축국이 가죽 공을 높이 차서 장대에 걸린 망바구니에 넣는 게임이라고 나옵니다. 중국의 축국은 축구가 아니라 일종의 ‘발농구 게임’이라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축국이 원조라고 우기는 중국은 왜 정작 지금 축구 경기를 ‘축국’이 아니라 ‘족구(足球)’라고 부르는 걸까요. 대답 좀 해봐요. 네?

조홍석 삼성서울병원 커뮤니케이션팀장
[조홍석 삼성서울병원 커뮤니케이션팀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3호 (2022.11.09~2022.1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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