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상 멈추면 주가 올라갈까
돈 풀어도 활력 못 찾는 ‘유동성 함정’ 올 수도
수출이 막힌 일본은 내수 부양으로 살길을 찾았다. 기준금리를 2년 만에 5%에서 2.5%로 내렸더니 주가와 부동산 급등이 빚어졌다. ‘일본 버블 경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자산 가격 폭등으로 경기 과열 조짐이 나오자 일본은행은 다시 금리를 인상한다. 1988년 9월 2.5%에서 1990년 12월 6%까지 2년 3개월 만에 3.5%포인트나 올려버렸다.
자산 시장은 단숨에 무너졌다. 버블 해소에 그치지 않고 주가와 부동산의 동반 대폭락으로 비화하자 일본은행은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선다. 그것도 1995년까지 불과 4년 만에 6%에서 0.5%로 가파른 하락폭이었다.
냉·온탕을 오가던 일본 통화 정책은 시장 지배력을 상실했다. 한번 무너진 일본 경제는 장기 디플레로 빠져버렸다. ‘잃어버린 30년’이다. 유동성 공급이 경기를 살려내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가 러시아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비화되자 미국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곧바로 금리 인하로 대응했다. ‘닷컴 버블’의 시작이다.
때마침 전개된 인터넷 태동, 반도체 부활 등에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이 겹치자 IT 기술주 주도로 단기간에 거품이 형성됐다. 화들짝 논란 연준은 금리 인상에 나선다. 1999년 5월 4.75%에서 2000년 5월까지 6.5%까지 1년간 1.75%포인트 올렸다.
버블은 꺼졌지만 이번에는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았다. 엔론, 월드컴 등이 파산했고, IT 기술주의 대표인 인텔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그린스펀은 다시 2001년 1월 초 0.5%포인트의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2003년까지 1%로 내렸지만 기대했던 경기 회복은 나타나지 않았다.
2001년 3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약 8개월은 닷컴 버블 붕괴 이후 경기 침체 기간으로 기록돼 있다. 다우존스지수는 2001년 내내 1만선을 웃도는 선에서 횡보세를 보이더니 2003년 상반기 7000선까지 밀렸다. 버블 해소에 그치지 않고 펀더멘털이 망가지는 역효과가 나온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봉쇄가 시작됐고,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치자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무차별 현금 살포로 대처했다. 위기는 벗어났지만 물가 급등이 빚어졌다. ‘코로나 버블’이었다. 연준은 뒤늦게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긴축 정책이 실물경제에 가하는 충격도 서서히 나타난다. 내년 이후 언제쯤에는 속도 조절뿐 아니라 금리 인상 중단 혹은 인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가 꺾이더라도 경제와 자산 시장이 곧바로 환호할지는 미지수다. 기업 실적 악화 등 펀더멘털이 무너지면 돈을 풀어도 한계가 역력했다. 내년쯤에는 ‘유동성 함정’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앞선 버블 경제의 뒤끝이 그랬다.
[주간 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3호 (2022.11.09~2022.1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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