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유통량 논란’, 위메이드 해명통할까
최근 업비트를 포함해 빗썸·코인원·코빗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4곳은 위믹스를 일제히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위메이드 측이 사전에 공시했던 위믹스 유통량보다 더 많은 물량을 발행했다는 논란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위믹스의 시가총액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초 위믹스는 10월 말까지 예상 유통량을 2억4596만개로 제출했다. 그러나 실제 중개 사이트에서 확인된 발행량은 3억1842만개였다. 사전에 공시한 계획보다 약 7200만개가 많은 위믹스가 시중에서 유통된 셈이다.
앞서 위메이드는 가상화폐를 선제적으로 게임에 접목한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가상화폐를 게임에 결합해 위믹스로 아이템과 캐릭터 등을 사고팔 수 있게 한 것. 여기에 다른 게임도 포함시켜 위믹스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을 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로 회사를 인수하거나 위믹스를 담보로 대출받는 등 위믹스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성장 전략도 폈다. 지난 1월에는 위믹스를 매각해 모바일 게임 ‘애니팡’ 제작사 선데이토즈를 1367억원에 인수했다. 이뿐 아니라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기업 25곳에 위믹스를 직접 투자했고 위믹스를 판 돈 3232억원을 블록체인·게임업체 인수와 투자에 활용했다. 덕분에 지난해 초 2만원을 밑돌던 주가는 같은 해 11월 장중 24만5700원까지 급등했다. 1200%, 약 13배가량 주가가 뛴 것이다. 위믹스 시세도 한때 3만원 고지를 넘볼 정도로 올라 시가총액 26조원을 기록했다.
그러던 중 위메이드는 올 초 장현국 대표의 위믹스 대량 매도 논란에 이어 또다시 유통량 허위 공시 파문에 휘말려 시장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위믹스가 유의종목으로 지정되자 위메이드 주가는 20% 폭락했다. 그렇지 않아도 올 들어 가상화폐 급락으로 고점 대비 시세가 90% 이상 떨어졌던 터에 허위 공시 논란까지 불거지자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위메이드 주가 회복의 전제는 첫째도 둘째도 위믹스 신뢰 회복이다. 위메이드 주가는 위믹스 시세와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 위메이드 측은 관련 논란을 불식시키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위메이드 측은 “분기 보고서 게시와 실시간 유통량 간 일부 시차가 존재할 수 있고 코인마켓캡의 유통량 업데이트와 거래소와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위믹스 생태계 발전을 믿고 참여하는 파트너가 늘면서 협력 모델의 목적이나 형태에 따라 불가피하게 일정 물량의 위믹스가 추가 공급됐다”고 해명했다.
▷올 초 대량 매도 논란 이어 또 구설수
위메이드 측은 현재 7245만4705위믹스가 추가로 유통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가운데 2500만위믹스는 위믹스 연동 게임 등 서비스를 위한 유동성 공급용, 1165만위믹스는 블록체인 투자·기업 인수용, 3580만위믹스는 최근 위메이드가 새로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 달러’ 발행을 위한 담보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물량은 시장에 직접 유통되는 것이 아니므로, 유통량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게 위메이드 측 주장이다.
그러나 위메이드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싸늘한 반응이 대체적이다. 가상자산 가격은 수요·공급에 따른 희소성에 좌우되는데, 연이어 시장 신뢰를 잃은 만큼 위믹스 생태계의 완전한 복원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위메이드의 설명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 많다”며 “추가로 발행한 물량을 전량 다시 사들이는 ‘바이백’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이상 위믹스의 희소성은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위믹스와 유사한 논란을 빚었던 ‘무비블록’은 추가 물량분을 자신들이 모두 사들이겠다고 밝히면서 가까스로 유의종목에서 해제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장주식으로 치면 발행주식과 유통주식 물량을 허위 공시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상장기업이 이런 짓을 벌였다면 즉각 상장폐지됐을 것”이라고 촌평했다.
결국 주가 향방을 가를 관건은 위믹스 거래 재개 여부에 달렸다. 11월 중순 거래 재개 여부가 결정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좀처럼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현재로서는 위믹스 상장폐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다소 우세한 분위기다. 가상자산은 공시 의무가 없음에도 위메이드는 투자자를 위해 매 분기 위믹스 사용 실적을 공시해왔고, 예치된 위믹스가 실제 유통됐다는 증거도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믹스 시총 덩치가 큰 만큼 상장폐지 땐 후폭풍도 거세다. 우여곡절 끝에 위믹스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당분간 위메이드 주가는 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익명을 원한 게임 업종 애널리스트는 “이제 P2E 게임 기대만으로 주가가 오르기는 힘들다”며 “P2E로 돈을 벌려면 가상화폐 가격 변동성을 일정 수준 관리하는 게 필수적인데, 금리 인상 국면에서 변동성 관리 난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장기 전망에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장현국 대표는 지난 11월 2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거래소들의 모임인 닥사(DAXA)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으며, 그들이 원하는 자료와 질문에 대해 충분히 소명 중이다”라며 “가상자산 위믹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위메이드는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재단이 보유한 물량을 제3의 수탁업체에 맡기고, 기간별 예상 유통량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위믹스 유통량을 늘리는 모든 행위에 대해 사전 공시하는 방안도 밝혔다.
한편, 위메이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신한자산운용, 키움증권으로부터 660억원(약 4600만달러) 규모 투자를 전환사채(CB) 사모 형태로 유치했다고 공시했다. 위메이드가 유치한 투자금은 MS 210억원, 신한자산운용 300억원, 키움증권 150억원 등이다. 장 대표는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만으로 부족하고, 다양한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디지털 이코노미 플랫폼을 지향하는 위믹스 입장에서는 수많은 파트너들과 다양한 파트너십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투자금 대부분은 올해와 내년 개발비·마케팅비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이후 후속 조치로 유통량 급증의 요인 중 하나인 코코아파이낸스 차입금의 일부를 두 차례의 걸쳐 상환해 위믹스의 담보비율을 16.1%로 낮췄다. 위메이드는 유의종목 지정 해제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메이드는 “상환 절차 도중 유의종목 지정이 연장됐음을 통보받았다”며 “이번에 유의종목 지정을 야기하게 된 유통량에 대한 시각차를 커뮤니티, 거래소와 일치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2호 (2022.11.09~2022.1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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