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3분기도 7.5조원 적자…올해 적자규모 30조원 넘을 듯
한국전력이 3분기에도 7조5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6분기 연속 영업손실로,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는 30조원대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은 11일 올해 3분기(7~9월) 7조53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 1분기 7조7869억원의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6조5164억원 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21조8342억원으로 지난해 1년간의 영업손실(5조8542억원)의 3배를 훌쩍 넘겼다. 1~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영업손실이다. 3분기까지 매출액은 51조7651억원으로 전년보다 14.7% 증가했지만, 영업비용이 73조5993억원으로 훨씬 많이(59.1%) 늘어서다.
한전의 적자는 글로벌 에너지 원료 가격 상승으로 전력구매비용이 치솟고 있지만 이를 판매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올해 1~9월 한전이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살 때 적용하는 도매가인 전력시장가격(SMP)은 ㎾h(킬로와트시)당 177.4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83.3원)의 두배 이상으로 올랐다.
반면 판매가격은 이보다 61원 낮은 ㎾h당 116.4원에 그쳤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이 지속된 셈이다. 전력 공급을 위한 송배전 설비 등 부대 비용까지 들여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실은 이보다 더 크다.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에 접어드는 4분기에는 한전의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 보는 한전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9조3405억원 적자다. 이에 따라 한전의 연간 적자 규모는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 절벽’에 몰린 한전 입장에서 운영자금을 조달하려면 빚을 늘릴 수밖에 없다. 한전이 올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25조4500억원(10일 기준)에 달한다. 이는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여 채권시장 자금경색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등에 따라 채권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일반 기업들은 한전채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한전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 상승을 우려해 전기료 인상에 소극적이다. 대신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SMP 상한제(전력도매가격 상한을 10년 평균의 125%로 규정)의 한시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발전사들의 수익을 인위적으로 낮춰 한전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현재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를 넘지 못하게 돼 있는 한전의 채권 발행 한도를 더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지금은 비상상황이라 SMP 상한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민간 발전사 등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도 에너지 가격의 고공비행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내년부터는 전기요금을 연료비에 연동해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와 한전은 다음 달 내년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 기준연료비(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을 발표한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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