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자리 돌아온 푸르밀…초심 찾겠단 약속 지켜야

송승윤 2022. 11. 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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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몸 바친 기업을 이렇게 저버릴 겁니까. 우리는 푸르밀을 믿습니다."

경남 밀양에서 푸르밀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대리점주는 지난 9일 푸르밀 본사 앞 상경 집회에서 이같이 소리쳤다.

대립각을 세웠던 직원들과 대리점주, 낙농가와의 관계 회복도 중요한 부분이다.

푸르밀은 이번 일로 오너의 책임을 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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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평생을 몸 바친 기업을 이렇게 저버릴 겁니까. 우리는 푸르밀을 믿습니다."

경남 밀양에서 푸르밀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대리점주는 지난 9일 푸르밀 본사 앞 상경 집회에서 이같이 소리쳤다. 당장 거리로 나앉을 지경이라면서도 그는 연신 ‘푸르밀을 믿는다’고 했다. 지난 24일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푸르밀 본사 앞에선 연일 고성이 오갔다. 거래처를 잃은 농민들부터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된 직원들, 빚을 떠안게 된 대리점주까지 많은 이들이 회사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들은 한편으로는 ‘회사를 믿어보겠다’고 했다. 생계가 불투명해진 막막한 상황에서 회사가 마음을 돌려주길 바라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결국 푸르밀은 이들을 끌어안기로 했다. 여러 차례 이어진 노사 간 협상 끝에 기존 사업종료 방침을 철회하고 인원 감축을 조건으로 한 사업 영위 쪽으로 결론을 내게 됐다. 많은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나 우유’, ‘비피더스’ 등 푸르밀의 인기 제품이 없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던 소비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영진으로서도 어려운 결정을 했다.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당장 경영 정상화가 쉽지 않은 일인데다가 향후 재매각 성사 여부 또한 장담이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우선 제품 생산부터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푸르밀은 원유 80%를 낙농진흥회로부터 공급받아 왔다. 하지만 사업 종료에 맞춰 이달 초부터 이를 받지 않고 있다. 원부자재 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당장 제품 생산부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번 일로 끊어졌던 거래선과의 납품 재개도 문제다. 이미 사업 종료 사실을 알린 뒤 새로운 거래선을 찾거나 물색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이들을 다시 돌려세워야 하는 셈인데 대내외적으로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이 또한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대립각을 세웠던 직원들과 대리점주, 낙농가와의 관계 회복도 중요한 부분이다.

푸르밀은 사업 종료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45년 전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 회사에 대한 미움을 거두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달란 읍소도 했다. 급한 불은 끈 모양새이지만 중요한 것은 두 번의 실패를 겪지 않는 것이다. 푸르밀은 이번 일로 오너의 책임을 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원인이 경영진의 무능으로 지목됐던 만큼 분골쇄신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관심과 사랑을 가져달라는 국민들을 향한 호소가 공염불이 되지 않을 것이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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