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어느 재벌 회장의 눈물

2022. 11. 1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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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올해 야구 시즌이 다 끝났다.

이번 시즌에는 우리 KBO와 미국 메이저리그 모두 이야깃거리가 넘쳐난다.

나이 탓에 대타로 가끔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8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의 대활약을 펼쳤고, 9회 말 끝내기 역전 홈런이라는 영화 같은 순간을 야구팬들에게 선물해 주었다.

정 부회장과 관련된 논란과 화제는 너무 많아서 다 언급할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힘든데, 야구단 SSG 인수만큼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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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올해 야구 시즌이 다 끝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 이번 시즌에는 우리 KBO와 미국 메이저리그 모두 이야깃거리가 넘쳐난다.

간단하게 메이저리그 이야기부터 하자면,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는데 100년이 훨씬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령 우승 감독이 탄생했다. 반면 선수 중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신인 타자가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주인공은 1949년생 더스티 베이커 감독과 1997년생 제레미 페냐 선수. 나이 차가 할아버지와 손자뻘이다.

이것만으로도 진기한 기록인데, 또 다른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미국은 스포츠 베팅이 합법인데, 가구 회사를 운영하는 짐 매킹베일이라는 남자가 휴스턴의 우승에 140억원을 베팅해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번 것이다. 단순한 운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금 더 알아보면 그렇지 않다. 매킹베일은 평소에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열성팬으로 야구와 연계한 선행도 자주 베풀었다고 한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고객들에게 구매금액을 되돌려주기도 하고, 기부도 많이 하고, 휴스턴 지역에 허리케인이 덮쳤을 때는 판매점을 주민대피소로 사용하도록 내주어 지역 사회의 신망이 대단하다고 한다. 그가 이번에 번 돈은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배당금이다. 1년 내내 로또 1등 당첨이 돼도 받기 힘든 금액을 한 방에!

한국시리즈에서는 SSG 랜더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마흔이 넘은 김강민 선수가 MVP를 받으면서 KBO 역사상 최고령 MVP가 탄생했다. 나이 탓에 대타로 가끔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8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의 대활약을 펼쳤고, 9회 말 끝내기 역전 홈런이라는 영화 같은 순간을 야구팬들에게 선물해 주었다. 짐승남이라는 별명처럼 좀처럼 눈물을 내비치지 않는 그가 펑펑 우는 장면은 끝내기 홈런을 치던 순간 못지않게 감동이었다. SSG가 우승하는 순간은 그라운드와 관중석 모두 눈물의 도가니였는데, 김강민과 동갑내기인 추신수 선수도 오열에 가까운 눈물을 쏟아냈다. 메이저리그에서 십수 년을 뛰면서도 우승을 해본 적 없었던 그였기에 감격은 더했을 터.

구단주 정용진 부회장이 역사적 현장에 빠질 리 없다. 그는 어떤 선수보다 더 열렬하게 환호하고 더 뜨겁게 울었다. 최근 몇 년, 그는 기업인으로서의 행보보다 독특한 언행으로 더 자주 뉴스에 등장했다. 정 부회장과 관련된 논란과 화제는 너무 많아서 다 언급할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힘든데, 야구단 SSG 인수만큼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추신수, 김광현 같은 전성기를 지난 메이저리거들을 고액 계약으로 데리고 온, 소위 ‘돈질’ 때문이 아니다. 그는 선수들이 더 효율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주었고, 2군 선수들까지 이름을 전부 외울 정도로 관심을 기울였다. 홈구장에서 열린 경기의 절반 이상을 직관한 건 야구를 좋아하는 팬심이라고 쳐도, 본업인 유통업과 야구단을 연결해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는 행보는 기업가로서도 대단한 역량이다. 상상력과 실행력 모두 배울 만하다. 너무 자주 듣는 말이라 지겨울 수도 있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성공은 따라온다. 오늘 칼럼에 등장한 인물들 모두, 이 뻔한 진리에 충실했던 사람들이다. 설령 대단한 보답을 받지 못한다 해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성공 아닐까.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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