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지금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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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놓쳐 버렸다.
무엇이든 지금 생각나면 바로 해야 한다는 의지는 팬데믹을 견디며 더 강력해졌다.
지금 그 밴드는 사실상 해체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펜을 들고 카메라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을 보면 무척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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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놓쳐 버렸다. 아껴뒀던 무료 이용 쿠폰이 날짜를 넘겨 소멸됐다. 악착같이 만료일을 달력에 적어 두고도 또 잊었다. 생각날 때 썼어야 했다. 그렇게 떠나간 배달 쿠폰, 이용 쿠폰, 1만원 할인 쿠폰이 모이면 1년에 10만원어치는 거뜬히 넘을 것이다. 무엇이든 지금 생각나면 바로 해야 한다는 의지는 팬데믹을 견디며 더 강력해졌다. 감염병이 창궐하기 전 무척 좋아하던 메탈 밴드 공연을 두고 “다음에 가지”하고 못 갔었다. 지금 그 밴드는 사실상 해체했다. 급히 간 홍콩 여행에서 경치만 대충 훑고 다음에 더 세세하게 보자고 했던 것도 요원한 계획이 됐다. 함께 갔던 친구가 그새 아이를 둘이나 낳았기 때문이다. 여행을 미뤘다 3년을 묶인 사람들의 사연이 쌓이고 쌓여 드높은 비행기 티켓 값이 일구어졌다.
내게 있어 ‘그때’ 하지 못해 가장 아쉬운 일은 외조모의 삶을 글로 옮기지 못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광복과 전쟁을 거쳐 군부 독재와 외환위기까지 겪은 뒤 2000년대를 산, 말 그대로 근현대사의 증인이었다. 그는 “이렇게 맛있는 것이 풍족한 시절에 몸이 늙어 양껏 먹지 못해 서럽다”고 종종 말했다. 방학 때 내려와 영어와 컴퓨터를 가르쳐주면 안 되겠느냐고 묻기도 했는데, 그것을 구실삼아 할머니 이야기를 그대로 써 내려 갈 계획까지 세워놓고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미뤘다. 이제는 그의 이야기를 쓸 방도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펜을 들고 카메라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을 보면 무척 감탄하게 된다. 재일코리안 양영희 감독은 가족 3부작 중 마지막 편 ‘수프와 이데올로기’에서 이제는 작고한 부모의 증언으로 제주 4·3 사건과 조총련 가입, 남한에 대한 그 시절의 인식을 들려준다. 그 밀도와 농도가 이루는 힘이 엄청나서 극장 자리에서 일어서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 생각났을 때 해야 한다. 마침 요즈음 가을 길은 만나고 싶던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에 최적인, 굉장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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