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직무유기
서울경찰청은 총경급 과장이 돌아가면서 주말과 공휴일 당일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상황관리관 당직을 선다. ‘서울특별시경찰청과 경찰서의 당직근무규칙’에 따르면 서울청 상황관리관은 ‘112지령 등 상황관리와 당직업무 등 모든 상황을 총괄’한다. 24시간 근무 특성상 전반(오전 9시~오후 1시, 오후 6시~다음날 오전 1시) 근무 후 자가대기가 가능하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서울청 당직 상황관리관은 류미진 총경이었다. 류 총경의 보직은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이다. 사고 발생 시각은 오후 10시 15분. 류 총경은 5층 상황실이 아닌 10층 자신의 사무실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는 1시간 24분이 지난 뒤 내려와 당직팀장으로부터 사고를 보고받았다.
류 총경은 지난 2일 대기발령됐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됐다. 서울청 과장들에 따르면 주말 당직은 본인 사무실에서 보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한다. 오히려 상황실에 내려와 “오늘 어떤 신고가 들어왔어요?”라고 물어보면 직원들은 의아하게 여긴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112 신고는 긴급사고 발생 시 초동 대응부터 현장 지원까지 겸하면서 상부에 보고 업무까지 해야 하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다. 같은 총경급이더라도 경찰은 기획·정보·수사·생안·경비·교통·외사 등 각자의 주력 기능이 폭넓다.
형법 제122조에 명시된 공무원 직무유기 혐의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 형량을 규정하고 있다. 직무유기로 156명 사망의 책임을 묻기에는 그 형량이 결코 무겁다고 볼 수 없다. 문제는 법원이 근무지 이탈이나 업무 태만으로는 유죄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는 거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부실 관제로 재판에 넘겨진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 직원 13명. 대법원은 2015년 11월 이들의 직무유기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하고, 교신일지를 조작한 행위만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류 총경은 29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자기 방에 머무르면서 의식적으로 상황관리관 업무를 방임했는지 규명하는 게 관건이다. 직무유기를 형사적 책임으로만 물어야 하나. 당직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는 것도 직무유기다.
위문희 사회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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