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소방관입니다, 용산소방서장 문책에 반대합니다

김태우 2022. 11. 1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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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소방의날 60주년, 분위기 참담...현장에 있었다고 책임 떠넘기면 일 못해

김태우씨는 2008년 입사해 15년째 소방관으로 근무 중이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청년부본부장입니다. <편집자말>

[김태우 기자]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부근인 이태원역 1번 출구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꽃, 메모지, 술병, 촛불 등이 가득하게 쌓여 있다.
ⓒ 권우성
 
기고문을 적기에 앞서, 이태원 참사에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과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활동하셨던 소방관 동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 마련되기를 바란다.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이후 현 윤석열 정부는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10월30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10월31일 박희영 용산구청장)는 등 발언을 내놓았다.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미꾸라지처럼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들을 보였다(관련 기사: 이태원 참사 '책임자' 7인의 행적, '빼박'입니다 http://omn.kr/21iza ).

정부는 국민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기에, 일단 사건이 벌어지면 당연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왜 위험했는지 상세히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 미흡했던 게 있으면 반성한 뒤 솔직하게 사과하고, 나아가 정확한 원인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대응책을 내놓는 게 상식적인 순서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용산소방서장 입건 소식... 술렁이는 소방관들

그러던 중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갑자기 입건했다. 참사 책임을 소방에 전가하는 듯한 뉘앙스의 언론보도가 나왔고, 소방재난본부·용산소방서 집무실 등 소방관련 압수수색 또한 진행됐다.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수사기법이 아닌가 싶다. 

시간을 돌려보자. 참사가 벌어진 당일은 토요일이었고, 최 소방서장은 쉬는 날임에도 핼러윈 행사 안전사고를 걱정하며 이태원 일대에 머물렀다고 한다. 정권 수뇌부들이 사고 발생조차도 모르고 있던 그때, 용산소방서장은 현장대원들을 지휘하고 격려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소방대응 1단계 역시 용산소방서장이 지휘팀장에게 지시해 발령했다. 

소방관으로 15년을 근무한 나는 이번 참사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던 용산소방서장을 뉴스를 통해 보았다. 밤새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했지만 모두 다 구하지 못했다는,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내지 못한 미안한 마음 등으로 마이크를 든 손을 바르르 떨며 브리핑하던 당시 그의 모습을 봤다. 이 글을 적는 지금도 그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진다. 
 
 최성범 서울용산소방서장이 지난 10월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소방서장뿐 아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소방관들은 그 당시 죽을힘을 다해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동분서주하며 달렸고, 용산소방서장도 그 현장에서 함께 고군분투했다. 그런 소방관에게 '대응 2단계'를 30분 늦게 발령했다고, 초동 대응이 부적절했다며 책임을 묻는다 한다. 그 30분 동안 현장에 있던 소방관들이 무엇을 했는지, 실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의 결정이다. 

그날 출동 지시를 받고 이태원 현장을 지켰던 동료 소방관은 내게 "아직도 당시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날의 기억이 자꾸 되살아나 괴롭다"고 말했다. 

정말 안타깝게도, 이번 참사로 인해 20대 외동딸을 잃은 동료 소방관도 있다. 상갓집에서 만난 그는 "내 직업이 소방관인데도 정작 내 딸은 구하지 못했다"라고 괴로워하며 동료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사고는, 희생자들은, 늘 예상보다 가까이에 존재한다.

현재 상황은 현장을 마지막까지 지킨 소방관들을 지켜주고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사고 책임을 어떻게든 소방으로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힘이 있는 자들은 살아남고 힘없는 소방관만 매번 희생되는 현실에 맥이 빠진다(관련 기사: 거세지는 일선 소방관 반발 "끝까지 고군분투했는데 과실치사라니" http://omn.kr/21jsg).

소방관이라면 대부분 그럴 것이다. 화재 등 위급한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더 구조하기 위해 노력한다. 재난현장에서 항상 스스로 부족했다는 자책, 그래서 자신을 더 힘들게 괴롭히고 상처주기까지 하는... 소방관들은 그런 사람들이다. 

그런 노력을 국민들도 아는지 현재 용산소방서 홈페이지에는 "소방관 여러분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신 소방관님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등 시민 격려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날 누가 현장에 있었는가

그날, 그 현장에 누가 있었나.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 정부의 그 어느 관계자도 현장에는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현장에서 우리 소방관들은 참사 현장을 책임지고, 사람들을 구조하고 부상자를 구급차에 태워 스스로 교통정리까지 해가며 병원으로 이송하였다.

저들의 구색 맞추기, 짜 맞추기에 애꿎은 소방관들이 희생양으로 전락할까 걱정이 앞선다. 정말로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현장에서 활동하던 우리에게 이런 책임이 전가된다면, 과연 나와 나의 동료들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구조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일을 하다보면, 정말 많은 현장에서 소방관을 필요로 한다는 걸 느낀다. 크고 작은 화재부터 대형사건사고, 나아가 유기견 포획과 벌집 제거까지... 전 정권에서 인력을 많이 충원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최전방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그런데도 공무원을 더 줄여야 한다고, 줄이겠다고 하는 이런 정부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침통한 용산소방서 소방관들 9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 최성범 서장과 소방관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현장 대응에 나섰던 용산소방서 소방관들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최성범 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인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 연합뉴스
'국가직'임에도 예산과 인사는 시·도지사에게 귀속되어 매 급여와 수당, 장비구입 등 모든 것들이 아직도 지자체를 거쳐서 진행되는 현실, 부족한 인력과 장비로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문제가 발생하면 매번 그 책임을 소방관에게 전가하는 현실을 이젠 바꿔야 한다. 이제는 카메라 앞에 서서 이야기하던 그 주요 인사들이 책임을 지고 결자해지해야 할 시간이다. 잘못된 점에 대해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하필 어제(9일)는 소방의날 60주년이었다. 우린 참사와 더불어 매우 침통한 소방의 날을 맞이했다. 한편 어느 정당의 대표가 용산서에 찾아가 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일선에서 분투하고 애쓴 분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은 벌어지지 않으면 좋겠다", "부당한 책임까지 뒤집어쓸 수 있다는 불안감에 공감한다. 전쟁에 졌을 때 원인은 지휘관 책임이 제일 크지, 일선에서 열심히 싸운 병사의 책임이 (큰 건) 아니다"라는 말, 맞는 말이다. 그 말대로 이뤄졌으면 한다.  

재난현장 최일선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국민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노력한 소방관, 더 살리지 못해 괴로워하는 소방관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는 말자.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고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올바른 나라이고 국가이며 그래야만 그 안전망 안에서 국민의 일원인 소방관들도 안전하게 생활하며 다른 국민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이태원 참사에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과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보내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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